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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는 한국 배우 채종협이 출연한다. 넷플릭스 캡처


일본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에선 한국 배우 채종협(오른쪽이 일본 배우 니카이도 후미와 호흡을 맞춘다. 넷플릭스 캡처


한국 배우 채종협은 일본에서 ‘횹사마’라고 불린다. 그가 주인공인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다. 한국 배우에게 ‘사마(님)’라는 존칭이 붙은 것은 2004년 일본에서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가 방영된 이후 20년 만이다. 상대 마음의 소리를 듣는 모토미야 유리(니카이도 후미)가 유학생 윤태오(채종협)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일본 지상파 방송사 TBS가 만들었다. 한국인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디테일하게 일상과 문화를 묘사했는데 이는 제작진에 CJ ENM 출신인 차현지 PD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세영과 사카구치 켄타로는 한국 쿠팡플레이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주연을 맡았다. 일본 유학생 최홍(이세영)이 아오키 준고(사카구치 켄타로)와 사귀다 이별한 뒤 5년 만에 한국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다. 한국의 실버라이닝스튜디오와 일본의 콘텐츠세븐이 공동 제작하고, 한국인 감독 문현성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 소설도 한국 작가 공지영과 일본 작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홍과 준고의 관점에서 썼다.

한·일이 손발을 맞춘 드라마 작품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양국 콘텐츠에 배우들이 개별적으로 캐스팅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배우뿐 아니라 제작진까지 호흡을 맞추는 사례가 늘었다.

한효주와 오구리 슌은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촬영에 돌입했다. 2010년 개봉한 프랑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맨틱스 어나니머스>가 원작이다. 극히 소심하지만 제과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쇼콜라티에(한효주)와 초콜릿 가게 사장(오구리 슌)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로 유명한 일본인 감독 츠키카와 쇼가 연출을 맡았다. 일본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한국 제작사 용필름이 기획·제작한다.

지난해 한국 제작사 플레이리스트가 제작한 <플레이, 플리>는 일본 OTT인 훌루 재팬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됐다. 아이돌과 유튜버의 비밀 연애를 그린 멜로 드라마로 배우 신현승과 김향기가 주연을 맡았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선 한국 배우 이세영(왼쪽)과 일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주연을 맡았다. 쿠팡플레이 제공


한·일이 합작해 만드는 콘텐츠는 주로 멜로 드라마다. 국경을 초월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아이 러브 유>는 첫 방송 직후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OT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콘텐츠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일의 합작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졌다.

일본은 예전에 자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배우를 기용해 내수용 작품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적극적인 합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 이른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 덕분이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세계 OTT 시장에서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 <무빙> 등 한국 드라마의 존재감이 뚜렷해지면서 한국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이야기다.

한국 제작사 입장에선 포화 상태인 한국 시장을 넘어 일본 시장으로 수요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제작사들에게 시장 확장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글로벌 OTT가 투자한 대자본 작품들과 경쟁하며 제작비가 급증하자 한국 제작사들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최대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마저 지난해 4분기 매출 1611억원, 영업손실 38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작이 끝났지만 OTT나 방송사들이 외면해 빛을 보지 못한 드라마 작품들이 약 30여편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일본에선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은 한국 콘텐츠와의 합작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며 “한국 입장에서도 국내보다 훨씬 큰 일본 방송 시장으로 진출해 활로를 모색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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