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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죄 판단하려면 명령 정당한 지 따져봐야
박 대령쪽, 이종섭 증인 신청…재판부 검토중
법정 진술서 사건 정황 뚜렷이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수처 수사에 도움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만에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직에서 사퇴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늑장수사로 자신을 괴롭힌다며 “강력 대응”을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강력 대응”해야 할 곳은 박정훈 전 해병대수사단장(대령)의 항명죄 등을 다루는 군사법원 재판이다. 박 대령의 항명죄는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죄와 긴밀히 엮여 있다. 항명죄는 ‘명령이 정당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박 대령이 따르지 않은 ‘명령’이 정당한지, 장관의 직권남용은 없었는지 등을 군사법원이 살펴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수처 수사의 전초전 ‘군사재판’

박 대령 재판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 수사의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다. 군형법에서 항명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박 대령 쪽은 지난해 7월 호우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채아무개 상병 사건 조사 당시 이 전 장관이 내린 ‘이첩 보류’ 등 지시가 부당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 분수령은 지난 2월1일 열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증인신문이었다. 그는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언급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7월30일 이 전 장관은 ‘임성근 당시 해병대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다’는 박 대령의 보고서를 결재한 뒤 이튿날 이를 번복했다. 이후 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윤 대통령이 격노해 장관이 지시를 번복했다’라고 말했다는 게 박 대령 주장이다. 전모를 확인할 첫 징검다리가 김 사령관이라는 뜻이다.

지난 2월 김 사령관 증인신문 당시 박 대령 변호인이 앞세운 문건은 ‘채상병 사건의 관계자 변경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문서였다.

수사과정에서 상급제대 의견에 의한 관계자 변경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 언론 등 노출될 경우 BH(대통령실) 및 국방부는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
장관 이첩보류 지시 직후 박 대령이 작성한 이 문서에는 ‘윗선 지시에 따라 혐의자를 변경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사령관이 이 문서를 보고받은 뒤 반절로 접어 본인의 노란색 수첩 속에 넣었다는 게 박 대령 진술이다.

재판에서 김 사령관은 문서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 해당 문서와 동일하다는 점이 제시되자 ‘본 적은 없고, 다만 박 대령이 문건을 읽어주는 걸 받아적어 박 보좌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증언했다.

박 대령이 김사령관에게, 김 사령관이 박 전 군사보좌관에게 전달한 문서·메시지에 ‘관계자(관련자) 변경’이라는 문구가 언급한 것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전 장관이 ‘관계자 변경’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 중이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 주장이 맞는다면, 박 대령→김 사령관, 김 사령관→박 군사보좌관이 ‘관계자 변경’에 관한 메시지를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 문서·메시지는 이 전 장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박 대령 쪽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이종섭, 증인으로 나오라”

핵심은 이 전 장관이다. 박 대령 쪽은 그를 법정에 세우려 한다. 박 대령을 대리하고 있는 김정민 변호사는 “우리가 신청할 제1번 증인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라며 지난달 29일 군사법원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청서를 제출했다. 군사법원 재판부가 검토 중이다.

법정에서 증인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 어기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다. 위증해도 고발하려면 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국회에서의 증언과 차이가 있다. 일단 법정에 증인으로 서면 그의 진술 내용과 태도가 당시 정황을 뚜렷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공수처 수사관들이 박 대령 재판이 열릴 때마다 군사법원을 찾는 이유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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