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디오로 듣는 ‘애도’]
3년 전 남자친구를 자살로 잃은 이민지씨를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최주연 기자


“나라는 존재를 훅 파내서 뒤집어 놓은 사건.”

이민지(35)씨는 3년 전 남자친구를 자살로 잃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났다가 다툼 끝에 남자친구는 “내가 너 후회하게 만들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마음이 못내 찜찜해 그를 아는 친구를 동원해 행방을 찾았고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는 끝내 떠나버렸다. 크리스마스는 그의 기일이 됐다.

인생에 커다란 포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전쟁터에 홀로 서 있는 느낌. ‘살아야 한다’는 자아와 ‘나 같은 건 살면 안 된다’는 자아의 힘 겨루기가 반복됐다. 정말 죽을 것 같아 “살려주세요”라는 말로 ‘애도상담’을 시작했다.

다행히 곁에는 상담사뿐 아니라 불침번 서듯 곁을 지켜준 친구들, 자조모임에서 만난 ‘선배 자살 사별자들’ 그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 그 자체인 엄마와 외할머니가 있었다.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사건을 돌아보며 민지씨는 말한다.

“그 일을 겪기 전보다 지금의 저를 더 좋아하기로 했어요. 상실을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을까,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일을 겪었기 때문에 비슷한 일을 겪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고요. 저 같은 일을 겪은 분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 말이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민지씨가 하늘의 연인에게 보내는 ‘마음의 부고’는 ‘애도’ 시리즈 오디오 페이지에서 들어볼 수 있다. 링크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다음의 주소(https://grief.hankookilbo.com/)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이면 된다.



사연을 보내주세요’애도’팀은 자살 사별을 경험한 분들의 사연을 받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의 자살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다면 [email protected]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몇 편을 골라 애도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고선규 임상심리학 박사(한국심리학회 자살예방분과 위원장)의 조언을 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자살 사별자(Suicide Bereaved)’. 심리적으로 가까운 이를 자살로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자살 사별의 아픔이 비단 가족에게 국한되는 일이 아님을 내포한 말이기도 합니다. 자살은 원인을 단정할 수 없는 죽음이라 남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고인을 쉬이 떠나보내지 못하고 ‘왜’라는 질문에 맴돕니다. 죄책감이나 원망이 들어차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애도’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난한 여정입니다. 한국일보는 올해 자살 사별자들의 그 마음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자살 사별자들이 마음으로 쓰는 부고, 애도’입니다.
연관기사
• 남친의 기일이 된 크리스마스... 내 인생은 폐허가 됐다 [애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31114460000062)• “지금 가면 다시는 못 볼 거다” 어머니의 서늘한 그 말... 현실이 됐다 [애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21410030000971)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145 [르포] 청약 열기 뜨거운 아산탕정 가보니… “직주근접 효과에 신축 분양권 거래 활발” 랭크뉴스 2024.04.15
4144 "6000선 회복할 줄 알았는데"…H지수 중동潑 위기에 발목 잡히나 랭크뉴스 2024.04.15
4143 K푸드 수출에 날개 달자…닭 튀기던 교촌도 뛰어든 매운맛 [비크닉 영상] 랭크뉴스 2024.04.15
4142 정부, 중동사태 긴급 점검‥환율·유가 '촉각' 랭크뉴스 2024.04.15
4141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논의 착수 랭크뉴스 2024.04.15
4140 尹 쇄신 시험대 '채 상병 특검'... 민주 "내달 2일 본회의 처리" 랭크뉴스 2024.04.15
4139 2000가구 단지에 전세 '0건'…수도권 아파트 전세 씨가 말랐다 랭크뉴스 2024.04.15
4138 두개골 붙은 세계 최고령 샴쌍둥이…62세 나란히 숨져 랭크뉴스 2024.04.15
4137 이스라엘 "재보복 의지"‥중동 위기 최고조 랭크뉴스 2024.04.15
4136 국민연금 월평균 노령연금액…남성 75만6천원, 여성 39만원 랭크뉴스 2024.04.15
4135 정부는 총선 후유증 앓는데…의료계는 갈등 봉합 수순 랭크뉴스 2024.04.15
4134 [단독] 서울시교육청, '현주엽 논란' 휘문고 오늘부터 고강도 감사 랭크뉴스 2024.04.15
4133 열 번째의 봄, 살아남은 이들이 짊어진 ‘세월호’의 무게 랭크뉴스 2024.04.15
4132 "영남 자민련 됐다"…국힘, 수도권 포기당 전락 '참패 악순환' 랭크뉴스 2024.04.15
4131 이스라엘 전시 각료 다수 이란 보복 찬성..시기와 방식은 이견 랭크뉴스 2024.04.15
4130 [기고]우주에서 농사짓는 시대가 다가온다 랭크뉴스 2024.04.15
4129 尹, 비서실장 고심…원희룡 유력 속 '호남' 이정현도 후보군 랭크뉴스 2024.04.15
4128 정부, 의정갈등에 '묵묵부답'…전공의들 오늘 복지부 차관 고소 랭크뉴스 2024.04.15
4127 초선 73명 중 39명이 '친명'…이재명의 민주당 '신주류' 뜬다 랭크뉴스 2024.04.15
4126 미 ‘이스라엘 방어 지원’하며 재보복 억제 안간힘 랭크뉴스 202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