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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몇 가지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다. 비싼 차값은 제외하더라도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설이 주유소처럼 흔치 않다는 이유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게 한다.

과연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불편할까.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를 시승하며 이 같은 지적이 ‘진실’인지, 아니면 ‘편견’인지를 확인해 봤다.

현대차 아이오닉 5가 서울 성동EV스테이션에서 충전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생각보다 ‘멀리’ 가는 배터리

시승한 아이오닉 6는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이었다. 앞뒤 차축에 각각 전기모터를 장착해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는 61.7㎏·m를 낸다. 완전 충전 주행거리는 484㎞다.

시승 차는 신품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이 아닌 2만㎞쯤 운행한 중고 차량이었다. 시승 전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충전량은 완충에서 20% 이상 빠진 78%, 주행 가능 거리는 365㎞였다.

수치상으로는 서울에서 경남 창원까지 주행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완충 상태가 아니어서 조금은 불안했다. 에어컨이나 라디오 등 전기 장치를 켜면 배터리가 금세 방전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아이오닉 6는 주행 모드를 에코와 노멀, 스포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전비(전기차의 연비)가 중간쯤인 노멀 모드를 골랐다.

초봄 새벽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히터는 켜지 않았다. 꽤 많은 배터리가 소모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시트와 운전대 열선을 켰다. 라디오도 틀지 않고 달렸는데,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조금은 무료해진 탓에 FM 방송을 들었다. 히터를 작동하지 않아서인지 주행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변화는 없었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 에어컨 없이는 운전할 수가 없었다. 에어컨도 히터처럼 배터리 소모가 상당한 장치다. 바람 세기는 가장 약한 1단, 온도는 20도, 바람 방향은 운전자로 향하게 해 ‘냉방 효율’을 최대화했다.

에어컨을 켜자마자 주행 거리가 12㎞ 정도 줄었다. 놀라서 에어컨을 껐더니 주행거리는 다시 회복됐지만, 체감온도가 30도쯤 되니 운전이 힘들었다. 혹시라도 차가 멈추면 견인차를 부르자는 생각으로 에어컨을 다시 켜고 고속도로를 40㎞쯤 달렸지만 주행거리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사실 내연기관 차량도 에어컨을 켜면 콤프레셔를 돌아 연료 소모가 커진다. 전기차는 이를 수치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다 보니 전기차 경험이 적은 운전자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겨울철 혹한기에는 기온 하강에 따른 배터리 성능 저하, 히터 가동 등으로 전기차 주행거리가 다른 계절보다 떨어지는 만큼 더 빈번한 충전과 배터리 관리가 필요하다.

현대차 전기차 충전시설 이피트(E-pit). 현대차 제공


■충전소는 안 보여도 충전기는 많다

주유소는 도심 도로는 물론 국도와 고속도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어쩐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기자가 거주하는 경기 과천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는 모두 30만5309기(급속 3만4386기, 완속 27만923기)의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충전기는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국내에는 주유소처럼 대규모 시설을 갖춘 충전소는 많지 않다. 그러나 환경부 자료처럼 이용할 수 있는 충전기는 의외로 많다. 간단하게 찾는 방법이 있다. 차량 내비게이션이나 ‘티맵’에 물어보면 된다.

과천시청 인근에서 아이오닉 6에 음성 인식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달라고 했더니 반경 500~700m 범위에 있는 10여 곳 이상의 충전시설이 안내됐다.

이처럼 현대차 이피트(E-pit) 같은 전용 충전 시설이 아니어도 시청이나 경찰서 같은 관공서나 대형마트에는 충전기가 대부분 설치돼 있다. 정말 급하면 인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도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충전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충전기가 없는 것은 아닌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다만 지역적인 편차는 있다. 경기·서울·부산·경남·대구 순으로 충전기가 많다. 또 전체 충전기의 절반가량인 약 49%가 경기·서울·인천에 설치돼 있다. 이는 전기차 보급률과 인구수에 따른 차이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충전기 설치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보급 목표를 충전기 120만대로 잡았다고 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6. 현대차 제공


■전기차가 주는 효용이 만만찮다

전기차는 지구 온난화를 부르는 이산화탄소 같은 배출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친환경 차라고 불린다. 전기차가 100년이 넘은 내연기관 차량과 대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전 지구적으로 불어닥친 환경 위기 때문이었다. 전기차 이용은 이처럼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을 준다.

내연기관은 휘발유나 경유를 특정 장치 내부에서 폭발시키는 힘을 동력으로 사용한다. 폭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엄청난데, 머플러를 두세 개씩 사용해도 꽤 큰 배기음이 난다. 특히 소음을 줄이면 출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배기음을 완전히 없앨 수도 없다.

특히 디젤 엔진은 아무리 좋은 엔진 마운트(고정장치)를 사용해도 몇 년 사용하면 시트나 운전대를 통해 상당한 진동이 전해진다. 엔진 소음도 휘발유 차량보다 크다. 하지만 전기차는 소음과 진동에서 자유롭다.

전기모터가 돌아갈 때 ‘윙’ 하는 소리가 나지만 고속주행 때나 운전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소리가 나지 않아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알아채지 못할 것을 우려해 저속에서는 일부러 소리를 내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을 정도다.

아이오닉 6만 해도 유리창을 모두 올리고 주행하면 마치 KTX 열차를 탄 것처럼 조용하다. 소음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라디오 등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나 뉴스가 훨씬 또렷하게 들린다. 실제 시승 중에 FM 방송에서 팝 그룹 ‘The Cars’의 ‘You might think’가 흘러나왔는데, 빠르게 읊조리는 영어 가사의 단어들이 어느 때보다 귀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승객들 간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엔진음, 배기음 같은 ‘장벽’이 없으니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동승석이나 뒷좌석 승객과 수월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운전 때 소음이 줄어들면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감은 확실히 줄어든다.

속도감을 원하는 운전자라면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가속 성능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는 전기모터 특유의 높은 토크 덕분에 초반 가속이 스포츠카 못지않다. 시승한 아이오닉 6 AWD(사륜구동) 롱레인지 모델과 비슷한 가속 성능의 내연기관 차량을 사려면 훨씬 많은 구매 비용을 들여야 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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