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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 4·16가족나눔봉사단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1월13일 서울 성북구 북정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시작 땐 “동네 시끄럽다” 박대도
왜 이런 수모를 겪나 싶다가도
아이들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었다
재해 현장·불우이웃 찾는 원동력

“허리 아픈 사람은 무리하지 말고!”

노란 비닐 옷을 덧대 입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10명이 지난 1월13일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성북구 북정마을에서 분주히 연탄을 날랐다. 능숙한 솜씨였다. 좁은 골목길에 붙어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건네고, 연탄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그재그로 쌓았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 소속의 원기준 목사가 “3000장을 이리 빨리 나르는 팀이 어딨냐”며 감탄했다. 단원고 2학년6반 희생자 신호성군 어머니 정부자씨는 “우리가 벌써 9년차”라며 웃었다.

참사 1주기가 되기도 전인 2015년 1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시작된 연탄 봉사는 매년 서울의 달동네에서 이어졌다. 처음엔 울며 나르던 연탄이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이들에게 동네 할머니들은 어묵과 삶은 달걀을 건네며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엄마 아빠들도 그만큼 나이가 들면서 허리는 쑤시고, 무릎은 시큰해졌다. 어디 한 군데 아픈 게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마음은 단단해졌다. “저희가 받은 감사함을 나눠야죠.” 참사 10주기를 앞둔 가족들은 동네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연탄 나르기에 집중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지난 10년간 시민들의 환대와 응원, 박대와 경멸을 모두 겪었다.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잘해주실까” 싶은 이도, “사람의 얼굴을 하고 어떻게 저런 말을 할까” 싶은 이도 있었다. 그 간극을 좁히려고 가족들은 ‘봉사’를 택했다. 안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실을 찾아 ‘봉사하는 삶’을 체화한 가족들의 10년을 들었다.

환대와 박대 사이

4.16가족나눔봉사단에 참여한 학생들이 지난달 17일 경기 안산 4·16세월호가족협의회에 모여 ‘줍깅’(쓰레기 주우며 조깅) 봉사 준비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참사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세월호 가족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모질었다.

“단원고 가족들이 사는 안산에 특히 흉흉한 소문과 오해가 많이 돌았어요.” 2학년10반 희생자 권지혜양 어머니 이정숙씨가 말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에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세월호 때문에 땅값, 집값 내려간다”거나 “혐오시설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납골당 설치 결사반대’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노란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욕을 하거나 “보상금 얼마나 받았냐”고 꼬치꼬치 묻는 이들도 있었다.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들은 봉사로 지역사회의 마음을 열자고 뜻을 모았다. 처음엔 그런 마음조차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동네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며 던진 양파에 맞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세월호 엄마들은 반대하는 이들을 계속 찾아갔다. 2학년9반 희생자 조은정양의 어머니 박정화씨는 “세월호 엄마라고 하면 만나주지 않아도, 봉사단이 왔다고 하면 곁을 내어주더라”고 했다. 이정숙씨는 “이런 수모를 왜 당해야 하나 싶다가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투덜댈 새가 없었다”고 했다.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화랑유원지는 시민들이 산책하고 아이들이 소풍을 오는 곳이다. 가족들은 일상 속에 자리 잡는 추모공간은 무섭거나 혐오스러운 게 아니고, ‘참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을 자연스레 되새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긴 세월 공들여 설득했다.

“우리 은정이를 욕먹여가며 데려다 놓고 싶지 않았어요.” 박정화씨가 말했다. 이정숙씨는 “여전히 반대하는 분도 있지만 생명안전공원이 필요하다고 마음을 돌린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4.16가족나눔봉사단이 지난달 17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4.16생명안전공원’ 부지 주변에서 ‘줍깅’(쓰레기 주우며 조깅) 봉사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4·16생명안전공원 들어설 유원지
“우리 손으로 치우자” 3년째 청소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화랑유원지 일대를 돌며 ‘줍깅’(쓰레기를 주우며 하는 조깅)을 한다. “아이들 돌아올 곳을 우리 손으로 치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3년째가 됐다. 행사 때마다 자원하는 시민 10여명도 함께 유원지 일대를 청소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단원고 2학년6반 희생자 이태민군의 어머니 문연옥씨는 “하나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다가도, 불편해하거나 오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말을 줄이기도 한다”며 “시민분들이 먼저 질문하며 다가와 주실 때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10년에 걸친 가족들의 노력은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됐다. 4·16생명안전공원은 오는 10월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시민의 마음이 모인 곳은 공원뿐만이 아니다. 팽목항, 진도 실내체육관, 안산 화랑유원지 분향소 등 희생자를 찾고, 기다리고, 데려온 장소마다 세월호 가족 곁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박정화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우릴 도와준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먹지 못하는 우리를 위해 하나라도 먹이려고 음식을 차리고, 위로하고, 함께 울어주셨다”고 말했다.

켜켜이 쌓인 고마움. 세월호 가족들이 지난 10년간 재해 현장을 찾아 복구작업을 거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김장·요리를 나눌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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