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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과 기술력이 있지만 지금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자 2005년 도입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도입 2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기술 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 성공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96%의 기업이 상장 당시 제시한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4곳 중 3곳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기술특례기업의 81%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퇴출을 유예해 줘 좀비기업’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기술특례상장이 ‘그들만의 리그’처럼 되어가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일부 벤처캐피탈리스트, 상장 주관사와 손을 잡고 기술특례란 문턱만 넘으면 하루아침에 수백억원 부자 반열에 들 수 있다.

공모로 조달한 자금을 종잣돈으로 기업을 더 키우라고 만들어진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취지와 달리, 상장이 최종 목표가 되기 일쑤다.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최근 3년(2021년~2023년)의 추정 당기순이익을 제시했던 기술특례상장 기업 73곳 중 95.9%(70개)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81.2%(155개·미제출 기업 등 제외)는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 전체로 보면 적자 기업 비중은 41.7%인데, 2019년 30%선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급증한 2018년 이후 시점과 맞물린다. 전체 코스닥시장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코스닥시장의 가치를 훼손하는 상황인데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특례 기업 상당수가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으로 상장하다 보니 상장 첫날은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총 212곳 가운데 75%(159개)가 시가총액 2000억원 미만이었다. 창업주, VC와 증권사는 물론이고,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도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물론 기업 실적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4곳 중 3곳꼴로 이달 현재 주가가 공모가(수정주가 기준)를 밑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기술특례기업은 규모가 작고 상장 초반 주가 흐름이 좋다 보니 상장 전 평가를 진행하는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덜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0억짜리니까 뭐’라는 마음으로, 대형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레코드(기록)나 주요 대기업과 협력 사례가 있으면 안심하고 심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면 바로 회생절차(법정관리) 단계로 가는 기업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벤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에 실패한 기업이 다시 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드물다. 자금난에 어쩔 수 없이 회생절차를 선택하는 것이다. 삼성·한화·신세계로부터 투자를 받아 한때 기업가치가 4000억원에 달했던 어반베이스는 기술특례상장에 실패한 뒤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바이오 벤처 큐젠바이오텍 역시 마찬가지로 상장이 좌절된 뒤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기술평가를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했다면, 지금 상장해서 수백억 부자가 돼 있는 오너 중 일부는 법원으로부터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신세였을 것”이라며 “상장할 자격이 없는 회사가 증시에 남아 있어 이들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래픽=손민균

정책도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옥석을 가리기보다 일단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잦았다. 2016년 기술특례상장에 성장성 평가를 도입할 당시 전체 공모시장 수요예측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 투자자를 투자자문사 등으로 확대했는데, 결과적으로 기관이 난립하면서 공모가 과열로 이어졌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중 상장폐지 사례는 1건뿐인데, 2018년부터 정부가 지속해서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해 주거나 연기해 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당국 역시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다. 지난해 7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14개 과제를 발표하면서 우량 기업에 기회를 주면서도 동시에 개인 투자자를 부실기업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중 시가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최근 5년간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전문 평가기관 1곳에서만 평가를 받아도 되게끔 완화하면서,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의 위원 9인 중 기술 전문가가 최소 2인 이상 포함되도록 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 또 공모가가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파두 사태’ 이후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는 등 추가 대책을 도입했다.

다만 여전히 구멍이 난 곳이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과열을 부추기는 ‘초일가점’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초일가점은 공모가 책정을 위한 수요예측 첫날 주문을 낸 기관 투자자에 주는 가산점을 뜻한다. 이 가산점을 받기 위해 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시장 반응을 살피지 않고 ‘묻지마 베팅’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된 것도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기술특례상장 : 기술력·성장성은 있으나 현재 재무여건상 기업공개(IPO)가 어려운 기업이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 중 2개의 기관으로부터 ‘A’와 ‘BBB’ 이상의 기술평가 등급을 받으면 경영 성과나 시장 평가 등 재무요건을 면제받을 수 있다. 2005년 성장형 바이오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도입, 2014년 전 부문으로 확대했다. 2017년부터 ‘테슬라 요건’도 상장 주관사의 기업발굴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장 주관사의 성장성 평가를 통과하면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확대 개편됐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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