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 상징물 투표소 반입 여부’ 놓고 입씨름
‘대파백’도 등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들이 4·10 총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강원 강릉을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정권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떤 물건을 갖고 투표소에 들어가도 되는지’를 놓고 다투고 있다. 모두 상대 정당의 약점·의혹을 꼬집는 상징적인 물건이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투표소 내 대파 반입을 제한하면서 정치권의 입씨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인천 계양 유세에서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범적 민주국가였는데 ‘입틀막’ ‘칼틀막’, 이제는 투표소에 파를 들고 가지 말라는 해괴한 ‘파틀막’까지 국민 자유와 인권이 현저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유세에서 지지자가 대파를 붙인 오토바이 헬멧을 건네주자 이를 써보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 할인행사 중인 대파를 두고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일반적인 대파의 시중 가격은 한 단에 4000원 안팎을 넘나들고 있어 야권에서는 대파를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고 있다.
주말간 야권 인사들은 “마음속에 대파를 품었다”(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대파로 대파하자”(정청래 민주당 후보), “대파 금지령이 통하겠느냐”(민형배 민주당 후보)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조 대표는 ‘저는 그냥 대파가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대파 팻말을 들고 유세를 진행했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실물 대파·명품백 대신 대파 인형이나 ‘디올’이라고 손으로 쓴 쇼핑백을 사전투표소에 가져가 인증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맞대응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부산 북구 유세에서 “이런 식이라면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가도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일제 샴푸는 이 대표가 즐겨 쓰는 일본산 샴푸를 사러 경기도청 공무원을 심부름 보냈다는 의혹을, 여배우 사진은 이 대표의 ‘김부선 스캔들’을, 위조 표창장은 조 대표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각각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에 일제 샴푸, 초밥 도시락, 법인카드, 형수 욕설 녹음기, 위조된 표창장 등을 지참할 수 있는지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투표소 내 정치 행위를 금지한 선관위의 조치마저 네거티브 소재로 삼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 질의에 대한 선관위의 신속한 답변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