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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7일 육군 제28보병사단 복무 중 가혹행위로 숨진 윤승주 일병의 매형 김진모씨가 2022년 6월22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2심 판결이 나온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진모씨 제공


처남 몸 곳곳에 선명한 구타 흔적

이대로 두면 묻힌다 싶어 나섰다


주범·공범들 살인죄 확정 후에도

소송 등으로 유공자 인정 얻어내


그간 요청한 정보공개만 460건

최선 다해…이제 제도 개선 집중


2014년 4월7일 육군 제28보병사단에 복무하던 윤승주 일병이 숨졌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 일병이 생활관 내에서 음식물을 먹던 중 폭행으로 기도 폐쇄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우발적 사고로 보도했고 폭행 가해자들은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윤 일병 10주기인 7일 윤 일병의 매형 김진모씨(49)는 사건 자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이 은폐·왜곡된 책임을 묻는 일에 뛰어든 계기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방부 발표를 믿을 수 없었다. 부검에서 확인한 윤 일병 몸 여러 곳의 검붉은 멍이 너무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하던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이대로 두면 사건이 묻힌다. 10년은 국방부와 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같은해 7월30일 언론 보도로 사망 수개월 전부터 윤 일병에게 구타·욕설 등이 가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군검찰은 가해자들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김씨는 수사 기록, 공판 기록, 현장 검증 동영상 등을 빠짐없이 모았다. 가해자를 엄벌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당시 상황을 낱낱이 재구성해 사건이 은폐된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목표였다.

김씨는 국방부가 사인을 질식사로 발표한 과정을 의심했다. 국방부 조사에는 ‘연천의료원 의료진에 따르면 윤 일병이 이송됐을 때 구토 및 음식물이 많이 나왔다’는 국군양주병원의 소견이 질식사의 근거로 반영됐다. 김씨가 연천의료원을 찾아가 들은 내용은 달랐다. 김씨는 “당시 의료진이 ‘밥풀 크기 음식물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은폐의 책임을 물어 군 관계자 30여명을 고소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6년 대법원에서 주범인 이모 병장은 살인 혐의로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공범 4명은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징역 5~7년이 확정됐다. 김씨는 “주범이 중형을 받았으니 ‘사건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아직 처남의 명예회복 등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여겼다”고 했다.

김씨는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으로 2018년 1월 윤 일병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된 것을 꼽았다. 국가보훈처는 윤 일병의 사망이 근무 중 발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유공자 지정에 소극적이었다. 보훈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당시 윤 일병의 근무일지 등을 입수해 ‘근무 중 사망’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외로운 싸움이 이어졌다. 2017년 ‘군 당국이 사인을 질식사로 단정하며 축소·은폐하려 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2022년 최종 패소했다. 지난해엔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재조사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지만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사건 발생 후 1년 이상이 지나서 진정한 경우”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2014년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보고서를 입수했다. 보고서엔 “‘피해자의 기도에 음식물이 차 있었다’는 의무기록이 사망 원인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기록 작성 경위와 책임소재 등이 규명되지 않아 수사의뢰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2015년 발표된 인권위 결정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김씨는 “내가 주장해온 내용이 인권위 조사관의 보고서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며 “일찍 알았다면 이렇게 길게 싸우지 않았겠다 싶어 허탈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지금까지 각 기관에 요청한 정보공개신청만 460건이다.

10년간 다른 군 사망 유가족들도 여럿 알게 됐다.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와도 자주 만나 조언을 했다. 김씨는 “기본적으로 군은 폐쇄적인 집단”이라며 “정보공개청구는 어떻게 하는지, 보훈심사 등의 과정에서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먼저 해본 입장에서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간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결실도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제도 개선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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