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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제때 진단 못해 목숨 잃는 환자, 매년 4500~6000명 추정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 진단ㆍ치료하면 현재 50% 중반에 머물고 있는 3년 생존율을 3배가량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폐 고혈압(pulmonary hypertension)’은 폐를 지나는 혈관 압력이 높아져 심장 우심실이 기능하지 않고(부전) 돌연사를 일으키는 난치성 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4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폐 고혈압 일종인 ‘폐동맥 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은 폐동맥 압력이 평소 25㎜Hg 이상, 운동 시 3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폐동맥 벽이 두꺼워지면서 폐동맥 내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 발생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환자가 매년 4,500~6,000명으로 추정된다.

주요 증상은 아무런 이유 없이 숨이 차거나, 쉬는데도 피곤하고, 가슴도 답답하고 붓는 것 같다는 것이다. 전신 무력감과 어지럼증, 만성피로, 가슴 통증, 실신도 생길 수 있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손발 끝이 차갑고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세계보건기구(WHO) 기능 분류 기준으로 1기(활동에 지장이 없는 상태), 2기(활동에 약간 지장이 있지만 쉬면 편안해짐), 3기(활동에 지장이 많지만 쉬면 편안해짐), 4기(쉬어도 호흡곤란·피로가 나타남)로 구분한다.

폐동맥 고혈압은 40대 후반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젊은 여성 상당수가 활동량이 많지 않고, 30, 40대에는 임신·출산·육아 등을 겪으면서 건강에 신경 쓰지 못해 가벼운 호흡곤란이 생겨도 운동 부족으로 여겨 병원을 늦게 찾는다”고 했다.

문제는 폐동맥 고혈압 인지도가 낮아 발병해도 정확히 진단하는 데 1.5년 정도 걸린다.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일반적인 빈혈ㆍ심장 질환ㆍ폐 질환 등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폐동맥 고혈압은 폐 안쪽에 압력이 가해지는 질병이기에 심장 초음파검사를 시행해야 알 수 있다”며 “또한 확진하려면 관을 몸에 집어넣어 관찰하는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증상은 빈혈·심장·폐 질환 등과 비슷하지만 치명적이어서 생존 기간은 2.8년 정도에 그친다.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절반가량은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으로, 나머지 절반은 돌연사로 사망한다. 아직까지 완치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폐동맥 고혈압은 완치하는 방법은 없지만 다양한 약으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ㆍ프랑스 등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폐동맥 고혈압을 조기 진단하면 환자 생존율이 3배 정도 높아졌다.

또한 다양한 약제 개발로 생존 기간도 확진 후 2.8년에서 7.6년으로 늘어났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연구 결과, 조기 발견해 전문적 치료를 받으면 10~20년 정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신성희 인하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 약을 2가지 이상 쓰는 병합 요법을 시행하면 3년 생존율이 54%(2008~2016년)로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고 했다.

2004~2018년 건강보험공단 빅 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폐동맥 고혈압 팩트 시트’가 발표됐는데, 국내에서도 제대로 진단하고 표적 치료제의 2~3가지 약을 병용해 치료하면 생존 기간을 2.8년에서 13년으로 10년 이상 늘린다는 게 밝혀졌다.

정욱진 회장은 “이전에는 폐동맥 고혈압 진단을 사망 선고처럼 받아들였지만 이젠 조기 진단하고 병용 요법을 시행하면 생존율을 크게 올릴 수 있다”며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dum spiro spero)’는 고대 로마 철학자 마르쿠스 키케로의 말처럼 희망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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