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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은씨가 지난 4일 대진연 후배들과 자주 가던 카페를 바라보고 있다.


국정원 조사관, 주씨 가족 동선 세세히 기록·단톡방에 보고

주지은씨 “데려가서 조사 못하니 짜맞춰서 구속하려는 건가”

“왕재산 사건 동아리 활동으로 엮인 듯…주변이 다 의심돼”


주지은씨(45)는 지난달 22일 자신을 몰래 촬영하던 이모씨(46)를 붙잡았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같은 달 5일부터 주씨를 미행한 흔적이 담겨 있었다. 이씨를 포함해 6명이 있는 단체채팅방에서 발견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이씨를 국정원 조사관이라고 밝혔다.

주씨는 지난 3일 기자와 만나 “(이씨 휴대전화에) 지인과 남편, 직장 동료, 심지어 초등학생 자녀도 있었다”고 했다.

주씨는 이씨에게 “누구길래 내 사진을 찍냐”고 물었더니 “나는 민간인”이라고 말하는 게 너무 이상했다고 한다. 당시 이씨는 자기 직업을 ‘무직’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국방부 소속 헌병대”라 했다. 헌병 출신인 주씨의 남편이 ‘헌병대장의 직위’ 등을 묻자 횡설수설했다. 결국 주씨 등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이씨는 서울 수서경찰서에 스토킹 혐의로 고발됐다.

주씨 등의 요구를 받고 이씨가 열어보인 휴대전화 단체채팅방에는 주씨의 동선이 세세히 기록돼 있었다. 인근 공원에서 맨발걷기를 할 때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후배를 만날 때도 이들은 주씨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채팅방에 보고했다. 주씨는 “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언제 나오는지 확인하고, 아이 학원이나 학교도 가고, 학원을 누가 운영하는지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록은 세세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주씨가 후배들과 만나는 것은 ‘사상교육’으로 기록됐고, 공원에서 맨발걷기를 하다 휴대전화를 보면 ‘지령 수수’를 했다고 남겼다. 주씨는 후배들과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걷다가 멈춰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검색했다고 했다.

주씨는 “데려가서 고문하는 걸 못하니 이런 식으로 짜맞춰 구속하려 하는 건가”라며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영장을 청구하거나 연행해서 조사하라”고 말했다.

주씨는 평범한 엄마다. 인터뷰 중 아이가 다니는 세 곳의 학원비가 너무 많이 든다며 울상 짓고, 보내고 싶은 영어학원은 너무 비싸 못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주씨의 딸도 미행 대상이 됐다. 주씨는 “아이 학원이나 학교까지 갔고, 태권도·피아노 학원을 누가 운영하는지도 파악하고 있었다”며 “잡혀갈까 두려웠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주씨는 2011년 왕재산 사건에서 이번 사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왕재산 사건은 북한 조선노동당 225국(현 북한교류국)과 연계된 반국가단체가 적발된 사건이다. 당시 이들 단체의 지령문에 등장한 여러 진보 성향의 동아리 이름 중 주씨가 활동하던 전국 연합 사회과학동아리 ‘쏘셜메이커’도 있었다. 주씨는 “단체대화방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왕재산 사건에 주지○ 이름이 있었으니 엮으면 될 거 같습니다’라고 대화를 주고받았다”며 “거기부터 시작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정원 사찰 사건을 겪은 주씨는 “주변이 다 의심된다”고 했다. 최근 양재천 둑길을 걷다 어떤 사람이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을 보고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알고 보니 주씨를 찍은 게 아니었다. 주씨는 “원래 사람을 잘 믿어서 이런 의심이 없었는데, 이젠 다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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