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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포로 한 명도 없다” 군당국 발표 후
북베트남 정부서 석방…호적상 ‘부활’ 처리
세상 떠날 때까지 정부 사과·포로 인정 못 받아
고 유종철씨가 생전 에스비에스(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에 출연한 모습. 사진 SBS 영상 갈무리.

베트남전 당시 군 당국의 허위보고로 ‘전사자’ 처리됐다가 뒤늦게 북베트남군 포로 석방으로 풀려나 귀환했던 참전군인 유종철씨가 6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유씨의 생전 호적 초본에는 ‘부활’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유씨는 1972년 4월 맹호부대 기갑8중대 일병으로 안케패스(Ankhe Pass) 전투에 참전했다가 북베트남 포로로 잡혀 11개월간 억류됐으나 군 당국은 이를 은폐했다. 1973년 3월14일 베트남 주둔 전 병력을 이끌고 귀국한 이세호 주월한국군사령관은 다음날 전우신문을 통해 “한국군 포로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0일 뒤인 3월25일 북베트남 정부가 ‘포로 유종철’의 석방사실을 알리고 이틀 뒤 유씨가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하면서 군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유씨 귀국 당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3묘역4023에는 이미 유씨의 묘비가 세워진 상태였다. 사망신고가 된 그의 호적초본 정리 과정에서 동사무소 직원은 ‘부활’이라는 글자를 써넣었다.

유씨의 귀환은 당시 ‘포로 0명’이라고 발표한 한국 정부 입장에서 날벼락이었다. 국방부 장관은 주베트남 무관에게 “송환되는 포로에 민간인 복장을 착용시키라”는 공문을 보냈다. 포로 송환을 숨기기 위해, 군인이 아닌 것처럼 위장시키기 위해서였다.

유씨가 귀환한 직후 국방부는 재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유씨를 제외하고 베트남에서 7명이 실종되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들 7명은 모두 비전투 중 근무지를 이탈, 행방불명이 된 자들’이며, 베트콩에 의해 석방된 유종철 일병만이 전투 중에 부상당해 포로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증거가 나온 유씨를 제외하고 모두 자의적 행방불명자로 몬 셈이다. 이들 7명 가운데 ‘월북자’로 몰렸던 안학수(건설지원단)씨는 가족들의 진실규명 노력 끝에 2009년 처음으로 국군포로 1호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박승렬(맹호1연대)씨도 포로 인정을 받았다. 유종철씨는 끝까지 공식 포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당시 유씨의 묘비가 세워졌던 묘역은 현재 비어있는 상태지만, 이곳에 최종 안장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유씨는 생전 “묘비를 파내고 내가 언젠가 죽었을때 이 자리에 묻혀서 같이 싸우다 전사한 동료들과 함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당시 국방부나 현충원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비석 없이 해당 묘역을 비워놓았다고 한다. 유씨의 가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 8일 국립서울현충원쪽과 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가족들은 임시로 산청호국원을 안장 장소로 신청해두었다.

유씨는 생전 에스비에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에 출연해 “정부는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다”며 섭섭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참전군인 유족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포로가 하나도 없다고 허위보고한 것은 베트남전쟁시 지휘관들의 대표적인 불법행위였다. 포로 없는 전쟁이 말이 되냐”고 했다. 한국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9년간 32만4864명을 파병했다.

빈소는 경남 양산시 양산장례식장 특4호실. 발인 4월8일 오전 8시30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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