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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10kg 도매가격이 사상 첫 9만 원을 돌파한 1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윤웅 기자

품귀 현상이 빚어지는 일부 농산물에 대한 이른바 ‘밭떼기’ 관행이 심화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개인 사업자도 일부 품목을 대량으로 미리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과처럼 수요가 꾸준한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농산물은 이들에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되고 있다. 소매상들은 이런 사업자가 많아질 경우 사과 등 농산물 공급이 차질을 빚고, 결국 가격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북 단양군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7일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과수원을 돌아다니며 밭 통째로 계약을 맺고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른 도매업자처럼 산지 공판장 등에 나온 물량을 사들인 게 아니었다. 수확 전부터 직접 과수원과 계약을 맺고, 사과를 수확하는 즉시 떼 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들이 과수원을 찾은 때는 전국적 폭우와 거듭된 병충해로 유례없는 사과 흉작이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사과값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발 빠르게 움직인 것 같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기존에도 일부 온라인 상거래업자들은 과수원에서 소량의 과일을 공급받아 판매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런 사업 규모가 나날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상거래업체 A사 관계자는 “우리는 10여 곳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확보해둔 사과 물량만 수백t”이라고 전했다. 해당 업체가 취급하는 사과는 품질과 크기별로 80여 종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다른 도매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과를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A사에서 판매하는 가장 좋은 품질의 사과 가격은 10㎏에 9만원이다. 지난 3일 기준 가락시장에선 특등급의 사과 가격이 10㎏에 11만원이었다. 과일 소매상들은 A사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최대 16만원에도 팔릴 수 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7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사과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도매가보다 저렴하게 팔아도 수요가 많아 남는 장사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과수원으로부터 공급 계약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하루에 최소 100상자 이상은 팔 수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매년 사과가 품귀 현상을 겪을 때마다 시름 하는 소매상들에게 이런 밭떼기 사업자들은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거듭된 이상기후로 올해 역시 사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공급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상인들은 이런 밭떼기 업체들이 물가 상승을 조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업체에서 사과 등을 사는 소비자 일부는 싸게 물건을 사서 이득을 본다. 하지만 자연히 마트나 시장 등으로 흘러가는 물량이 줄고, 가격이 뛰면서 다른 대다수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 전반적인 시장 가격이 오르면 밭떼기 업체들도 점차 판매가를 상향 조정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 모두가 더 비싸게 농산물을 구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가 출하량과 가격 등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계약재배’ 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사과의 계약재배 물량을 4.9만t에서 2030년까지 15만t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B씨는 “장사꾼만 배를 불리고 있는데 정부가 먼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소위 밭떼기로 인해 일부 시장 참여자에게 사과 물량이 집중되지 않도록 정부가 유통 과정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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