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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씨가 화분에 옮겨 심은 로메인 상추의 모습. 서민지씨 제공

세종시에 사는 서민지(35)씨 부부는 최근 대형마트에 방문했다. 이들은 평소 채소를 즐겨 먹지만, 선뜻 장바구니에 채소를 담지 못했다. 고공행진 하는 채소 값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랬던 서씨의 눈에 뿌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로메인 상추가 들어왔다. 뿌리까지 살아있는 채소를 본 서씨는 “상추를 다시 심어서 여러 번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했다. 결국 서씨 부부는 2980원을 주고 로메인 한 뿌리를 샀다. 아직 따먹을 정도로 충분히 자라진 않았지만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서씨는 “보통 애호박으로 물가를 확인하는데 최근 애호박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러다 보니 뿌리째 심거나 씨앗을 심어서 키울 생각을 갖게 됐다”며 “당근이 키우기 쉬운 채소라는 얘기가 많아 요즘은 당근 씨앗을 심어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황수정씨가 화분에 옮겨 심은 이사벨 상추의 모습. 황수정씨 제공

경기 용인시에 사는 황수정(36)씨는 지난해 10월 초 마트에서 뿌리까지 살아있는 이사벨 상추를 샀다. 평소에 식물에 관심이 많은 황씨는 오르는 물가에 차라리 키워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황씨는 약 한 달간 이사벨 상추를 세 번 수확해 집에 있던 다른 채소들과 함께 샐러드를 해 먹었다. 한 달 뒤 상추 성장이 점점 느려지자 모두 수확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고 한다. 황씨는 “직접 키우면서 필요한 만큼만 먹다 보니 버리는 채소 없이 더 경제적이었다”며 “올해 봄에는 애플민트나 고수 같은 식용 허브들도 모종을 구해서 집에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폭등하는 물가에 상대적으로 키우기 쉬운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시민이 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심는 건 마트에서 파는 뿌리까지 살아있는 채소다. 일부 식품 회사가 채소의 뿌리를 자르지 않고 세척만 해서 팔고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화분에 심었던 이사벨 상추를 수확해 만든 샌드위치. 황수정씨 제공

시민들이 채소 재배에 나선 것은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채소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토마토는 36.1% 파는 23.4% 올랐으며, 지난달보다 배추는 12.5%, 당근은 21.7%, 풋고추는 7.4%가량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텃밭에까지 눈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구모(32)씨는 지난 2월 구청에서 진행하는 주말농장에 분양 신청을 했다. 오르는 물가에 채소류를 길러 먹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분양 신청에서 떨어졌다. 텃밭 면적보다 신청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구로구청에 따르면 올해 구로구 주말농장 경쟁률은 약 3.7대 1에 달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채소 값이 비싸지자 시민들이 주말농장을 더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씨는 아쉬운 대로 본가 마당에 있는 15평 남짓의 텃밭을 떠올렸다. 주말마다 본가를 오가는 구씨는 올봄 본가 텃밭에 깻잎, 상추, 파 등을 심을 예정이다. 그는 “매번 마트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사 오는 게 아까워 웬만하면 자급자족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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