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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풀무원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풀무원투게더'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용인=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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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풀무원 푸드머스 물류센터의 한 사업장. 봄비가 내리던 날, 한낮의 기온은 15~16도를 오갔지만 작업장 안은 서늘했다. 냉장 보관 ‘풀무원 나또’와 ‘아이스팩’을 포장하는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에 365일 동일한 작업장 온도를 유지해야 했다. 서늘한 가운데서도 작업장 안에서는 ‘열심’과 ‘열의’가 느껴졌다. 직원들은 바쁘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덥다고 했다.

하늘색 작업복을 입고 있는 직원들은 포장해야 하는 상품에 따라 4~5개 구획을 나누어 각자 맡은 일을 노련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입구에는 직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두 대의 모니터 위에는 이번 달 ‘무사고 18일’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여느 작업장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다. 이곳에 조금 다른 면모가 있다면, 작업을 하는 직원들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점이었다.

이곳은 풀무원푸드앤컬처가 100% 출자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풀무원투게더’다. 임직원 총 39명 가운데 장애인 직원 수가 35명인 장애인 중심 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33명은 중증장애인이다.

비장애인 직원은 김맹용 공장장을 포함해 4명이다. 생산 업무는 장애인들이 맡는다. 김 공장장은 풀무원투게더를 이끌기 위해 장애인직업생활상담원 자격증을 땄다. 두 명의 사회복지사 직원과 한 명의 특수교사가 함께 일을 한다. 이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풀무원투게더는 장애인 직원들과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이날 김 공장장을 만나 풀무원투게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풀무원투게더는 어떤 곳인지 물었다.

“장애인 직원들의 직장이죠. 비장애인들의 직장과 다를 게 없어요. 일을 하고, 사회적 관계도 맺고, 회식도 하고, 승진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우리 직원들도 풀무원 직원들이니까 복지 혜택도 똑같 받고요. 호봉제가 적용됩니다. 다른 장애인표준사업장과 다른 게 있다면 ‘전일 근무제’를 도입했다는 것이죠.”

장애인 작업장의 근로자들은 통상 하루 4시간 근무만 한다. 집중력이나 체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풀무원투게더에는 하루 8시간 근로자가 8명이 있다. 다른 직원들보다 업무 속도가 빠르고 정확해서 생산성이 좋은 데다 8시간 근무가 가능한 이들이다. 전일제 근무를 하면 당연히 월급도 올라간다. 지난해 6월 대다수가 함께 입사했는데 연봉이 차등 적용됐다.

연봉의 차이가 생겨난 이유는 왜일까. 김 공장장의 대답에 힌트가 있다. ‘승진’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10개월째 운영 중인 풀무원투게더에는 이미 승진자가 나왔다. 조장을 맡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월급을 받는다.

장애인 직원들에게 하루 8시간 근무는 부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김 공장장은 “장애인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게 ‘소득 증가’”라고 답한다. 그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벌고 싶어 한다. 비장애인처럼 8시간 일하고 그만큼 소득이 올라가길 바란다”고 했다.

풀무원투게더 직원 중에는 ‘독립’을 목표로 8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조장을 맡고 있는 천선호(31)씨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그는 평생 시설에서 생활했지만 전일제 근무를 하고 사회생활을 넓히며 자립을 꿈꾸게 됐다. 천씨는 “이곳이 세 번째 직장인데 무엇보다 돈을 돈 많이 버는 게 좋다”며 “복지 포인트로 간식도 사 먹고, 새로운 동료들과 지내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하루 4시간짜리 최저시급 일자리로는 자립을 하기 힘들어요. 여행을 가고, 취미 생활을 하고, 비장애인들이 즐기는 삶을 장애인들도 너무나 당연하게 원합니다. 그러려면 소득이 더 필요하고, 성인이 됐다면 독립을 원하는 거죠. 장애인의 욕구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봐야 합니다.”(김맹용 공장장)

대기업이 운영하는 장애인표준사업장 가운데 전일제를 시행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김 공장장도 전일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시간이 지나며 확인됐다.

김 공장장은 “보통 비장애인 직원 1명이 하는 일을 장애인 직원 3명이 한다. 하지만 우리 공장은 이 수치를 2.5명으로 줄였고, 앞으로 2명 이하로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풀무원투게더가 하는 일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직 훈련을 하고, 어려운 점이 없는지 묻는다. 같이 식사를 하고, 함께 공장 밖으로 나가 거리를 걷는다. 분기마다 한 번씩 회식도 한다. 지난달에는 소고기 회식을 했다.

“풀무원 회식에는 ‘911’ 원칙이라는 게 있어요. 9시까지 맥주 1잔으로 1차만. 장애인 직원들도 회식합니다. 맥주를 마시는 직원이 많지 않지만 같이 한 잔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사회복지사 직원의 결혼식에도 함께 갔어요. 비장애인의 ‘평범한 일상’을 장애인들도 원합니다. 그걸 같이 하면서 친해지고, 그러다 보면 생산성도 올라가요. 갈등이 금세 회복되고, 어려운 일들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겁니다.”(김 공장장)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장애인 직원들에게도, 풀무원투게더에도 필요한 일이다. 생산성을 높여서 적자를 내지 않으면 더 많은 고용과 더 오랜 근무가 가능해진다. 장애인사업장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김 공장장과 풀무원투게더 직원들은 그 가능성을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김 공장장은 풀무원투게더가 직원들의 ‘평생직장’이 되길 바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정규직 등 상용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8년3개월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근속연수로 들어가면 이 수치는 2년 안팎으로 떨어진다. 대부분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싶어 하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다 보니 장기근속이 안 된다고 한다.

“누군가는 풀무원투게더를 평생직장으로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좋은 장애인 직원을 뽑고, 그 직원이 정년까지 다닐 수 있도록 회사도 노력해야죠. 일 잘하는 장애인 직원은 경쟁력이 있습니다. 사업장마다 더 뛰어난 장애인 직원을 원해서 경쟁이 치열해요. 장애인들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기업도 좋은 직장이 되게끔 노력해야 하는 거죠. 10년, 20년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김 공장장)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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