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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보며 과몰입하는 '콘텐츠 리액션' 전문 유튜버들
시청자들, 출연진 행동 분석에 댓글 토론…"같이 공감하며 보는 느낌"


유튜브 '찰스엔터'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일타 강사'처럼 보이는 한 여성이 한숨을 내쉬며 분필을 집고, 칠판에 '17화'라고 적는다. 이내 뒤돌아서서 카메라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제 17화까지 봤으니까 18화, 19화, 20화 남았네요. 3주 뒤면 제대할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참아봅시다."

수능 인터넷 강의가 아니라 예능 '환승연애' 얘기다. 강단에 오른 이 여성은 티빙 연애 리얼리티 시리즈 '환승연애'를 리뷰하며 주목받은 인기 유튜버이고, 17화를 리뷰한 해당 영상은 6일 만에 조회수 33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7일 방송가에 따르면 예능 프로그램을 중계하듯 해설하고 평가하는 각종 '리액션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큰 화제 몰이를 하고 있다.

유튜브 '하말넘많'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솔로지옥', '환승연애'처럼 주 시청자층이 젊은 세대로 이뤄진 예능일수록 리액션 콘텐츠는 더 풍부하다.

강사처럼 출연진의 감정선을 칠판 위에 그려가며 콘텐츠를 리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편안한 차림으로 방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하며 콘텐츠를 시청하는 리액션 유튜버도 있고, 커플끼리 토론하며 콘텐츠를 감상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낸 이들도 있다.

유튜버들은 출연진의 감정이나 태도 등을 두고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과몰입해 반응한다. 프로그램에서 '빌런'으로 꼽히는 이들의 행동에 속 시원하게 욕해주고,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출연자의 심리를 분석하는 식이다.

'환승연애' 리액션 콘텐츠
[유튜브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비대면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는 삼삼오오 리액션 영상 콘텐츠로 모여 댓글을 통해 활발한 토론을 이어간다.

예컨대 구독자 수가 20만 명이 넘는 한 '리액션 전문' 유튜버의 콘텐츠 리뷰 영상에는 기본적으로 1천∼3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시청자들은 매번 같은 이유로 싸우는 커플의 대화 패턴을 분석하고, 제작진의 연출 역량을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 대학교를 졸업한 왕서연(24) 씨는 "혼자 살다 보니 방송에서 화나는 장면이나, 설레는 장면이 나올 때 누군가와 얘기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며 "리액션하는 유튜버들을 보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특히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때 더 큰 재미를 느끼고, 누군가와 함께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리액션 영상을 보는 게 일종의 콘텐츠 시청 루틴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애청자들은 "본방송을 보고 리액션 콘텐츠까지 봐야 방송을 다 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직장인 2년 차 송선우(26) 씨는 "누군가와 공감하면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느낌이라 리액션 영상들을 자주 찾아본다"며 "오히려 리액션 영상을 보고 싶어서 2∼3시간 분량에 달하는 '환승연애' 본편을 1.5 배속으로 꾸역꾸역 몰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하말넘많'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젊은 세대가 리액션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청자들의 소통 욕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리액션 콘텐츠 등을 통해 프로그램 속 출연진의 행동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트렌드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요즘 세대가 인간관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런 콘텐츠들이 인터넷상에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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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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