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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27

야권 200석,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180석 ‘신속처리’ 가능…현상 유지
과반 정당 없을 땐 국회의장 경선
정치는 타협…윤 대통령 명심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의 원인이 현재의 결과입니다. 현재의 원인은 미래의 결과입니다. 인과관계는 시간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잘못된 결과는 과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래가 걱정된다면 지금 뭔가를 해야 합니다.


정치도 그렇습니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잘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4·10 총선 뒤 벌어질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을 시나리오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선 결과 예측이나 전망은 잠시 미뤄두시기 바랍니다. 지역구별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의 특성상 총선 결과 예측이나 전망은 매우 어렵습니다. 각 정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 합계와 당선자 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심의 막판 쏠림으로 각 정당 의석수가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대 거의 모든 총선이 이변이었던 이유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총선 표심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섭게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200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개헌 저지선’을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으로 주저앉으면 200석 이상을 차지한 야권이 개헌으로 ‘나라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아무래도 보수표 결집을 위한 ‘엄살’이나 ‘협박’인 것 같습니다.

1948년부터 지금까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을 어느 한 정당이 차지한 총선이 있었을까요? 있었습니다. 2공화국 때인 1960년 민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233석 가운데 175석(75.1%)을 차지했습니다. 3공화국 때인 1967년 7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이 175석 가운데 129석(73.71%)을 차지했습니다. 4공화국 때인 1973년 9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가 219석 가운데 정확히 3분의 2에 해당하는 146석을 차지했습니다. 정말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입니다.

1973년 뒤로는 지금까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의석을 어느 한 정당이 차지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소선거구제로 바뀐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가장 큰 승리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차지한 180석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어느 한 정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한 위원장이 걱정하는 대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등이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론적으로는 두가지가 가능합니다. 첫째, 대통령 탄핵소추입니다. 둘째,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입니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 의결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권을 갖습니다.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려면 민심도 잘 살펴야 합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300명 가운데 234명, 78%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탄핵 찬성 의견과 거의 같은 비율이었습니다. 국회가 민의를 거슬러 탄핵소추를 하면 역풍을 맞습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가 그런 경우입니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는 좀 더 현실적입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 요구에 대해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됩니다. 국정 주도권이 사실상 대통령에서 국회로 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180석 또는 과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의석이 180석을 넘으면 어떻게 될까요? 180석 이상은 국회에서 법률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입니다.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차지한 의석이 바로 180석이었습니다. 정치 지형이 4년 전과 같아지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 공약 등 여러가지 법률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해 의결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거부권을 행사하겠지요. 윤 대통령 취임 뒤 2년 동안 벌어졌던 악순환이 그대로 되풀이되는 셈입니다.

민주당이 151석 이상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요?

첫째, 국회의장을 민주당이 차지하게 됩니다.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만 높고 권력 서열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정치적·정책적 의사 결정에 국회의장이 권한을 행사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장은 본회의 의사 진행과 관련해 여러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여당과 야당이 국회에서 대립할 경우 국회의장의 권한은 의외로 막강합니다. 국회 관련 법령 해석 권한, 본회의에 안건을 부의하거나 상정하는 권한 등이 있습니다.

둘째, 민주당이 국회에서 주도권을 갖습니다. 정부 여당은 법률안·예산안을 민주당 동의 없이 통과시킬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 등을 민주당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151석 이상을 획득하면 어떻게 될까요?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게 됩니다. 본회의 의사 진행과 관련한 여러 권한과 각종 법령 해석 권한을 국민의힘 출신 의장이 갖게 되는 것입니다. 법률안·예산안·인사안에 대한 주도권도 여당으로 넘어갑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눈치를 보지 않고 필요한 예산안과 인사안을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법률안은 좀 다릅니다. 현행 국회법은 야당의 동의 없이 여당이 마음대로 법안을 밀어붙이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려면 180석 이상 의석이 필요합니다.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도 민주당 협력 없이는 필요한 입법을 할 수 없습니다.

과반 아닌 1·2당

만약 민주당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1당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아니, 질문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의장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이 1당이 되면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당선됩니다. 1차와 2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3차는 다수 득표자가 당선됩니다. 1당이 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뀐 다음 1998년 15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여야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공동여당’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나라당은 ‘1당’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준규 자민련 의원과 오세응 한나라당 의원의 표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1·2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3차 투표에서 다수 득표를 한 박준규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 한겨레 자료사진

2000년 16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도 같은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이만섭 새천년민주당 의원과 서청원 한나라당 의원이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이만섭 의원이 140표(51.3%)를 받아서 132표(48.4%)에 그친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과반 정당이 없으면 국회의장 선거 표 대결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당선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26일치 신문에 ‘4·10 총선에 정권이 걸렸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 정국의 주도권은 이재명 대표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윤 정권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이름뿐인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다. 나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결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총선 지면 대통령 그만두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1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다수당이 되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 사임은 특별한 절차가 따로 없습니다. 물러나면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 정말 물러날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하겠습니다. 총선은 의회 권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인 동시에 국민의 대표를 뽑는 민주적 절차입니다. 승리한 정당이 패배한 정당을 쫓아내고 의회를 독점하는 것이 아닙니다.

22대 국회의원 임기는 5월30일에 시작됩니다. 여야가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해야 합니다. 22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 복원입니다. 대화와 타협이 정치의 본령입니다. 정치 복원에 실패하면 국정이 표류하고 나라와 국민은 불행해집니다.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국회는 국정을 함께 끌어가는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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