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6일 대전 유세 중 시민에게 받은 \'대파 손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소 내에 ‘대파 반입’을 금지하면서 대파가 야권 유세의 ‘잇템’(꼭 있어야 하는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사전투표 둘째날인 6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도부의 유세 현장엔 대파를 이용한 소품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앞서 5일 중앙선관위가 대파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지’로 보고 투표소 내 반입을 금지하자, 되레 대파가 선거에서 정권 심판의 상징물로 강력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실물 대파 대신 투표소에 가져갈 ‘손뜨개 대파’ 등 소품 인증샷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경기 용인 수지에서 부승찬 후보 유세에 나선 이재명 대표는 한 지지자가 만들어온 ‘대파 헬멧’을 들고 “투표소에 들어갈 때 대파는 (가져가면) 안 되고 쪽파는 된다고 한다. 대파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용산 대통령실의 시민사회수석은 기자들을 회칼 테러를 언급하며 겁박하더니 이번엔 파를 틀어막는다”며 “철저하게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도 이 폭압적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박성준 서울 중·성동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유세에서도 “대파가 테러라도 한단 말이냐”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경기 용인 수지 풍덕천사거리에서 유세에 나선 가운데, 이 지역 부승찬 후보가 시민이 건넨 ‘대파 헬멧’을 쓴 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이날 대전 기자회견에서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손팻말을 만들어오신다”며 지지자가 만들어온 ‘대파 팻말’을 손에 든 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전날 부산 강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마음 같아선 사전투표 할 때 실파, 쪽파를 들고 가고 싶었다. 대파 한 단 값이 875원이라고 믿는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3년간 이끌게 내버려둬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조 대표는 소셜미디어의 프로필 사진도 대파를 든 사진으로 바꿔둔 상태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대표는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국혁신당의 ‘사회권 선진국’ 공약을 “조국식 사회주의”로 폄훼한 데 대해 “기득권 세력이 선거 막판 승리를 못할 것 같으면 조자룡 헌칼처럼 빼드는 게 색깔론, 종북론”이라며 “평생 경찰, 검찰로 일한 분들이 (당에) 계신데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냐”고 맞받았다.

한겨레

엄지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