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매뉴얼 안 지켜"
카트에 타고 있던 골퍼가 동반자가 친 티샷 공에 맞아 실명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캐디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사건 발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골프장 캐디 A(52·여)씨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고객들과 라운드 중 티박스 좌측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했다. 이후 남성 골퍼에서 티샷 신호를 했는데 이 공이 날아가 카트 안에 있던 B(34·여)씨의 눈에 맞아 실명하게 한 과실로 기소됐다.
B씨는 이 사고로 왼쪽 눈이 파열돼 안구를 적출하는 영구적인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재판에서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이 없었고 이 사건 결과 발생과의 상당한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캐디인 A씨의 업무상 과실이 명백하다고 봤다. 캐디로 20년 이상 근무한 A씨가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B씨가 다친 뒤쪽 티박스는 좌측 약 10m 전방에 카트를 주차할 수밖에 없는 이례적인 구조였다. 남성 동반자 2명이 순서대로 친 티샷이 모두 전반 좌측으로 날아가 OB(Out of Bounds)가 된 상황에서 일명 멀리건 기회를 얻어 다시 친 공이 전방 좌측의 카트 방향으로 날아가며 이 사건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A씨가 ‘카트는 세우고 손님들은 모두 내려서 플레이어의 후방에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매뉴얼 등에 어긋나게 경기를 운영했다고 꼬집었다.
박 부장판사는 “상당한 불운이 함께 작용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캐디로서 사건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채 안일하게 대처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말미암은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사건 발생 이후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사고나 피해 보상 노력이 없어 무책임한 태도에 비추어 실형 선고를 면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현재 이 사건이 발생한 골프장은 사건 발생 후 안전상의 이유로 티박스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