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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의 요즘 어디 가
베트남 다낭
베트남 다낭에 있는 오행산 중 하나인 수산에 오르면 웅장한 동굴을 만나게 된다. 한국인 여행객 한 명이 동굴 안에 있는 불교 건축물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경기도 다낭시’. 베트남 중부에 있는 도시 다낭의 별칭이다. 이곳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 수가 많아서다. 여행지로서 다낭의 매력은 △탁월한 ‘가성비’ △5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 △여행객 친화적인 음식과 문화 등이 꼽힌다. 여행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국외 여행지는 일본이다. 그 뒤를 베트남이 2위로 바짝 쫓고 있다. 하지만 역전의 순간이 코앞이다. 다낭시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근간은 관광업.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를 보면 다낭시는 항만과 항공 서비스 재정비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쓸 예정이다.

한때 거리를 활보하는 이의 반은 한국인이라는 말이 돌았던 다낭. ‘지겨워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 새로운 다낭이 보인다. 베트남 여행의 관문, 다낭의 3가지 여행법을 소개한다.

“한국 특급호텔 시설, 비용은 절반”

차르륵 차르륵! 귓가를 스쳐 가는 낮은 파도 소리가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지난달 10일 오전 10시(현지시각) 다낭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앤 스파’(이하 하얏트 리조트) 앞 논 누억 해변에 가부좌 자세로 앉았다. 눈도 감았다. 소금기를 담뿍 담은 바람이 입술을 스쳐 갔다. 짭조름했다. 감은 눈을 타깃 삼은 빛이 슬쩍슬쩍 침공했다. 눈을 뜨라고 말이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버티자 ‘내 안에 있는 나’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불안을 떨쳐내고 너를 믿어라.’ 세상 걱정이 모래알처럼 하찮게 여겨졌다. 파도가 집착을 집어삼켰다. 일명 ‘해소 명상’이다. 해소 명상은 해변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심신을 달래는 명상 수련법이다. 원불교 등 여러 종교가 이미 활발하게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각종 명상 콘텐츠도 파도 소리를 요긴하게 활용한다. 해소 명상하기에 이곳만 한 곳이 없다. 논 누억 해변의 일부인 이곳은 하얏트 리조트 숙박객 전용 해변이다. 한적하다. 무동력 해양스포츠만 가능한 해변이기에 다낭의 다른 바다에 견줘 조용한 편이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앤 스파’ 해먹 시설. 박미향 기자

각종 시설이 잘 갖춰진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앤 스파’. 해변 해먹, 어린이 존, 테니스장과 스파 시설 등이 있어 ‘쉬멍 놀멍’하기 좋다. 박미향 기자

10여분이 지나자 파도에 이물질이 섞이듯 다른 소리가 들렸다. 까르륵! 눈을 떴다. 6살 아이와 어른이 보였다. 한국 관광객이다. “언니네 부부, 조카와 어제 왔는데, 저는 두번째 다낭 여행이에요. 한국 특급 호텔이나 리조트에 견줘 시설은 비슷한데 비용은 반이네요. ‘가성비’가 좋아요. 여행 내내 여기서 스파 받으며 쉴 예정이에요.” 경기도에서 온 30대 김아무개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의 조카는 푸바오처럼 이모에게 매달렸다. 그들처럼 파도를 등지고 서봤다. 등 뒤에서 파도가 빠르게 밀려왔다가 두 발을 지나 건물 쪽으로 달려갔다.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점령했다. 파도가 등을 밀어 패대기치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제자리에 서 있는데 말이다. 보호 장치 없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했다. 파도가 일으키는 착시효과다. 인간만큼 속이기 쉬운 개체가 있을까.

일본인도 만났다. “대학 졸업 여행을 왔어요.” 20대 여성 교우카가 말했다. 음성 번역 앱 ‘파파고’ 덕에 친구가 됐다. 여행의 힘이다. 60대 미국인 로라도 친구가 됐다. 아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해 산다는 그는 아들을 보기 위해 1년에 여러 차례 베트남을 찾는다고 했다. “베트남인들은 너무 친절해요. 아름다운 나라죠. 미국인들은 베트남전쟁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들에게 항상 고개 숙여야 하죠.” 동의한다고 하자, 그가 활짝 웃었다. 여행은 낯선 이와 쉽게 ‘동지’의 연을 맺게 한다. 이들처럼 번잡한 여행지보다 리조트에서 명상하며 ‘쉬멍 놀멍’하면 어떨까. 첫번째로 제안하는 다낭여행이다.

녹 누억 해변에 파도를 바라보는 관광객. 박미향 기자

3대가 함께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숙박시설이면 더욱 좋다. 하얏트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8.5배 되는 면적에 750m 길이의 해변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각종 게임 기구를 완비한 ‘어린이 존’과 어린이 축구장을 갖췄다. 5개의 수영장과 스파와 테니스, 카약 등의 시설도 있다. ‘비에 스파’는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소 명상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은 아침 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다. ‘달리기 클래스’도 있다. 다낭에는 하얏트 리조트와 유사한 5성급 호텔이 대략 30개, 4성급 호텔만도 80개가 넘는다. 지금도 짓고 있으니 그 수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인스타그래머블’ 풍광 가득

‘아무튼, 산’의 저자 장보영은 “아주 좋지도 그렇다고 썩 나쁘지도 않은 날들” 속에서 “분명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나 “무엇을 원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지루한 시간을 견디다가 불현듯 찾아온 ‘산’에 올랐다. 25살에 지리산 종주에 성공한 그는 산에서 답을 찾았다. 산은 그런 존재다. 오르면 답을 준다. 넓은 해변이 하염없이 펼쳐지는 다낭에도 산은 있다. 두번째 다낭여행 제안이다. 등반하기.

하얏트 리조트에서 차로 10여분 거리, 시내에서 8㎞ 거리에 있는 오행산(Ngu Hanh Son). 서양인들은 대리석이 많은 이곳을 ‘마블 마운틴’이라 부른다. 18세기 초엔 외국 상인들이 ‘원숭이산’이라 불렀다. 원숭이가 산의 주인 같았다. 그만큼 수가 많았다. 이 산에는 전설이 있다. 해변에서 올라온 용이 이곳에서 알을 낳았는데, 1000일 후 아름다운 여인이 껍데기를 깨고 나왔다. 지금의 봉우리는 그 껍데기라는 것. ‘믿거나 말거나’지만 산의 신비로움을 배가시키는 데는 효과가 있다. 지질학자 연구에 따르면, 본래 오행산은 작은 섬들이었는데 투본강과 인근 산맥이 지각변동으로 평야 지대가 만들어지면서 산이 되었다고 한다.

오행산에 있는 동굴 풍경. 다낭관광청 제공

오행산 중 수산. 박미향 기자

산은 동양사상의 근간이 되는 ‘오행’(물·나무·철·흙·불)을 상징하는 6개의 봉우리로 되어있다. 수산(투이선), 목산(목선), 금산(낌선), 토산(토선), 화산(호아선) 등이다. 화산이 양화산과 음화산으로 구성돼 있어 총 봉우리 수는 6개다. 오행산은 신비로운 관광지다. 경이로운 빛이 바닥에 꽂히는 동굴이 있는 산이 있는가 하면, 실물에 가까운 관음보살상을 품고 있어 매년 관세음보살축제가 열리는 산도 있다. 베트남전쟁 때 피난처였던 산, 날카로운 종유석이 수백개 달린 동굴을 품은 산, 무림고수가 출몰할 듯한 산, 고대 사찰이 있는 산 등 다채롭다. 어느 산을 고를 것인가. 6개 산을 다 갈 것인가.

수산에 있는 7층 석탑. 신기한 구조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박미향 기자

수산의 동굴들은 기괴한 모습을 자랑한다. 박미향 기자

지난달 8일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수산으로 향했다. 물을 상징하는 산이다. 도착하자마자 괴물의 입처럼 입구가 커다랗게 뚫린 동굴을 만났다. 동굴 옆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신비로운 불상과 조형물들이 나타났다. 새빨간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20대 정다현·하늘 자매를 만났다. “여기가 다낭의 랜드마크라서 왔고 어디를 찍어도 예쁘다”며 ‘빛이 쏟아지는 동굴’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20대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하기 좋은 풍광이 가득하다.

수산에는 5개의 사원과 9개의 동굴, 2개의 전망대(망강대와 망해대)가 있다. 1630년에 지어진 삼태사원에는 웅장한 불상과 신비한 향을 뿜는 식물이 있다. 이국적이다. 1946년과 1975년 두 차례 복원한 이 사원이 수산의 한쪽 얼굴이라면, 다른 쪽 얼굴은 동굴이다. 동굴 중 한 곳을 찾았다. 걸음을 내딛자마자, 후드득 박쥐가 스쳐 갔다. ‘악!’ 여행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박쥐는 억울하다. 잠을 깨운 여행객이 악당이고 침입자인 것을.

엄푸(Am Phu) 동굴은 ‘지옥 동굴’이다. ‘엄푸’는 베트남어로 ‘지옥’이라는 뜻이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빛이 사라진다. 현지인들은 동굴이 바다와 연결돼 있다고 추측한다. 펜으로 표시한 자몽을 동굴에 던져놓았더니 며칠 후 바닷가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경이로우면서 그로테스크하다. 매혹적이면서도 두렵다. 경외심마저 드는 풍경이다. 다낭 최대 테마파크 ‘바나 힐’의 ‘골든 브릿지’나 다낭 시내에 있는 ‘용다리’의 불쇼·물쇼 등도 볼 만하다.

‘바나 힐’의 ‘골든브릿지’. 다낭관광청 제공

다낭 시내에선 매일 밤 ‘용다리’ 물쇼와 불쇼가 펼쳐진다. 6665m 길이의 용다리는 다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박미향 기자

다낭 시내에선 매일 밤 ‘용다리’ 물쇼와 불쇼가 펼쳐진다. 6665m 길이의 용다리는 다낭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박미향 기자

‘영혼 찍는 사진가’의 갤러리도

다낭 여행 세번째 제안은 호이안이다. 다낭 시내에서 남쪽으로 차로 40여분 달리면 호이안에 도착한다. 16~17세기 동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유럽 무역선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던 호이안이지만, 1999년 ‘옛 거리’(올드 타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 전까지는 쇠락의 쓴맛을 본 곳이다.

이국적인 풍광이 다낭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고건축이 몰려있는 ‘옛 거리’를 걷다 보면 소원을 담아 투본강에 띄우는 알록달록한 작은 등을 곳곳에서 발견한다. 등이 떠 있는 투본강 야경은 일품이다. 투본강은 우리네 한강처럼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질 좋은 가죽이 생산되는 지역 특성이 반영된 듯 가죽 가방과 신발을 만드는 숍이 많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축과 1000년 넘게 지배한 중국의 흔적이 남아있는 푸젠회관이나 광둥회관, 거상 떤끼의 고택 등은 고풍스럽다.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이안. 호이안의 ‘옛 거리’(올드 타운)를 걷다 보면 화려한 ‘소원 등’과 알록달록한 색깔 지붕 등을 만나게 된다. 박미향 기자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이안. 박미향 기자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이안. 박미향 기자

아담한 공원에서 뜻밖의 동상을 발견한다. 베트남 유명 인사가 아니다. 폴란드 건축가 카지미에시 크비아트코프스키의 동상이다. 생의 마지막까지 베트남에 머문 그는 베트남의 고대 왕국 참파와 호이안의 여러 유적지 복원에 힘썼다. 호이안 사람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호이안 사람들에게 중요한 외국인은 그만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가 레한은 2011년부터 호이안에 머물며 베트남인들을 앵글에 담았다. 주름진 얼굴에서 노동의 흔적이 남은 할머니의 해맑은 미소, 이방인을 향해 뿔난 표정을 짓는 새치름한 소녀, 코끼리와 교감하며 두려운 표정 짓는 어린이 등 강렬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진들이다. 이를 2014년에 묶어낸 사진집은 29개국에 팔렸다. 54개 베트남 소수민족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들을 전통의상을 입혀 카메라 앞에 세웠다. 피사체에게 작업의 성과를 돌려주는 기부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영혼을 찍는 사진가’로 불리는 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레한 갤러리’에 있다. 이곳에서 전시 중인 사진은 다낭 하얏트 리조트에서도 볼 수 있다. 리조트는 레한과 협의해 투숙객 대상 전용 갤러리를 열었다.

호이안에 있는 ‘레한 갤러리’. 박미향 기자

세가지 다른 맛의 ‘다낭 여행’. 당신의 취향 저격에 따라 식상할 수 있는 ‘다낭’은 새 옷으로 갈아입을 예정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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