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허윤 변호사의 ‘쫄지 마 압수수색’(3)]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근거해 진행된다. 수사기관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압수수색을 집행한다. 당사자는 기습적인 압수수색으로 당황하고 위축된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영장을 제시받는 단계부터 압수물을 돌려받는 단계까지 당사자의 권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잘 알지 못한다. 이 글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압수수색을 피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 아니다. 법에 규정된 당사자의 권리를 알려줘 수사기관과 당사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대로 된 수사와 방어를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검사나 수사관들도 “보안이 걱정되는데 아이폰으로 바꿀까?”라는 말을 합니다. 흔히 아이폰의 보안성이 갤럭시나 다른 안드로이드 폰 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이폰과 갤럭시 간의 보안성이나 암호화 강도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아이폰과 갤럭시의 보안 메커니즘 및 구현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있더라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줄을 세워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2000년 전 지중해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아시아에서는 한나라가 지역의 패자였습니다. 그러나 로마제국과 한나라 중 누구의 전투력이 더 높은 지는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지요.

보통 휴대전화의 보안성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2가지 측면에서 논의됩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논의되는 주요 부분이 운영 체제입니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각각 iOS와 Android 운영 체제를 사용하며, 이 두 운영 체제는 모두 보안과 암호화 기능, 방식이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이 iOS 운영 체제 자체를 보안에 중심을 두고 설계했다고 주장합니다. 일반적으로 iOS는 Android와 비교하여 더 폐쇄적으로 운영됩니다.

애플은 iOS 운영 체제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앱 스토어 등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합니다. 애플이 독자적이고 폐쇄적으로 생태계를 운영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지요. 애플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긴밀하게 연계돼 외부 개발자들의 애플 iOS 접근 또한 어렵습니다. 외부에서의 접근 자체가 어려우니 보안성이 좀 더 높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갤럭시는 구글이 개발한 Android를 운영 체제로 사용하고 있고, 다양한 제조사가 Android를 이용해 자사 휴대전화를 구동합니다. 애플의 iOS에 비해 좀 더 접근성이 높은 것이지요. 접근하기 어려운 애플에 비해 보안적 측면에서 좀 더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 체제의 차이를 이유로 보안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Android를 사용하는 갤럭시는 나름대로 다양한 측면에서 보안성을 강화하려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삼성은 녹스라는 보안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부팅 프로세스를 안전하게 통제합니다.



아이폰과 갤럭시는 모두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각각의 시스템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동되므로, 운영 체제의 업데이트 시기, 하드웨어의 출시 시기, 보안 폴더나 비밀번호 개수 등 그 밖의 암호화 기능 사용 여부에 보안 정도가 달라집니다.

결론적으로 압수수색을 대비해 굳이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꾸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증거인멸 의혹을 받을 수 있으니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허윤 변호사는?] 현 법무법인 LKB 형사대응팀/디지털포렌식팀. 국회, 검찰청, 선거관리위원회, 정부 부처, 교육청, 기업 본사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여러 차례 집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846 정부 “의대 증원 유예 검토 계획 없어” 기존 입장 고수···의정 대화 향방은 랭크뉴스 2024.04.08
5845 "巨野 전망 우세"…尹정부 3년 멈추나 랭크뉴스 2024.04.08
5844 윤 대통령, 전임 문재인 정부 겨냥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전 국민 고통 경험" 랭크뉴스 2024.04.08
5843 문 전 대통령, 노무현 공터연설 장소 방문‥"노무현 못 이룬 꿈 이루게 해달라" 랭크뉴스 2024.04.08
5842 [총선] 수도권 총력 유세 한동훈…“이·조, 200석 되면 스스로 사면할 것” 랭크뉴스 2024.04.08
5841 힘 부치는 국힘…‘한동훈 원톱으론 한계’ 내부서도 목소리 랭크뉴스 2024.04.08
5840 총선 다음날로 미룬 ‘56조 세수펑크’ 결산…법정시한 처음 넘긴다 랭크뉴스 2024.04.08
5839 "죽기보다 낙선 더 싫어" 이준석 추격에‥이재명 "좀 걱정" 랭크뉴스 2024.04.08
5838 이부진, 삼성전자 524만주 블록딜 추진 랭크뉴스 2024.04.08
5837 한동훈 “김준혁” vs 이재명 “대파”…최악 헐뜯기 총선 랭크뉴스 2024.04.08
5836 美, 대만 TSMC에 보조금 8.9兆 파격 지원 랭크뉴스 2024.04.08
5835 "지원금 5억 턱없다"…심정지 할머니 살린 보은 응급병원 호소 랭크뉴스 2024.04.08
5834 한동훈 "200석? '설마' 하던 이상한 행동할 사람들"…'개헌저지선' 호소 랭크뉴스 2024.04.08
5833 ‘평화의 소녀상’에 검정 봉지 씌운 남성, 현장서 적발 랭크뉴스 2024.04.08
5832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출마 경기 화성을에 총력전…48시간 ‘무박유세’ 랭크뉴스 2024.04.08
5831 [속보] 美, 대만 TSMC에 반도체 보조금 66억 달러 지원 랭크뉴스 2024.04.08
5830 이부진 사장 524만주 블록딜 랭크뉴스 2024.04.08
5829 대통령실 "의대 증원 1년 유예? 검토한 적도, 계획도 없어" 랭크뉴스 2024.04.08
5828 총선 다음날로 미룬 ‘56조 세수펑크’ 결산 발표…법정시한 처음 넘긴다 랭크뉴스 2024.04.08
5827 [속보]검찰, 대북송금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징역 15년 구형 랭크뉴스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