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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 세제 혜택, 금투세 등
용산이 던진 현안에 수습 바빠
취임 일성 '역동경제' 실체 흐릿
산적한 과제… "총선 후 시험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로 취임 100일을 맞지만 '국가경제정책 총괄 사령탑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부처 안팎의 평가다. 위축된 내수와 치솟은 물가 등 악재 속에서 위기 관리와 조직 효율성 향상에 주력한 측면이 있으나, 정책 방향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대통령실 하달에 기재부가 끌려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더 크다.

대통령이 던지면 수습… "'용산'재정부냐"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앞줄 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정책을 기획해야 하는 기재부가 대통령실이 던진 숙제를 하는 데 급급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부영그룹의 직원 출산장려금 1억 원 지급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세제 혜택 지원 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주문하자 기재부는 지난달 '전면 비과세'라는 파격적인 답안지를 내놨다.

조세형평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뒤따랐지만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기재부 장관님이 시원하게 양보했다"고 못을 박았다. 최 부총리 취임 후 첫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1월 2일 당일, 윤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깜짝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기재부 자료엔 언급조차 안 된 내용이었다. 부담금 역시 윤 대통령 말 한마디로 두 달 만에 전면 개편됐다.

기재부가 '머리'가 아닌 '손발'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 사태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감세 정책에, 곳간지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의문 역시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던지면 기재부가 수습하는 꼴인데 '안 된다'는 소신은커녕 밀고 당기는 과정 자체도 없다"며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용산'재정부 같다"고 토로했다.

최 부총리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부터 합류한 현 정부 초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인 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나타나는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용산이 경제정책에 과도하게 구체적인 개입을 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 고려되는 상황이라 생리적으로 정통 관료인 최 부총리는 운신의 폭이 좁을 것"이라고 봤다.

취임 일성 '역동경제'... 정체성 흐릿

최상목(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역동경제 간담회에서 각계 전문가와 한국의 사회이동성 현황 및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취임 일성으로 천명한 '역동경제'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짚을 대목이다. 최 부총리는 올해 2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성장잠재력과 사회이동성 제고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라고 역동경제를 설명했다. '다이내믹 코리아'로 일컬어지는 한국인의 역동적인 위기극복 DNA가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를 뜻한다는 게 기재부 부연이다.

그러나 아직 표어 수준일 뿐 후속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관련 지표는 청년·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중소기업 성장사다리를 강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과 거리가 멀다. 정부가 앞세운 역대 최대 고용률 이면엔 고령층, 공공부문 직접 일자리 취업자가 대다수라는 통계가 자리 잡고 있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 절반 수준이고, 기업 채용 한파는 지속 중이다.

이달 발표 예정인 '역동경제 로드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민간 싱크탱크 수장 출신 경제학자는 "어떻게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려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인지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며 "윤석열정부 3년 차이고 총선 결과에 따라 정책 추진 동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까지도 분명한 경제철학, 청사진이 안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총선 청구서, 산적한 현안... "존재가치 보여야"

100일을 맞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최상목호' 앞의 과제. 시각물=강준구 기자


총선 후 최 부총리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재원 마련, 세수 불안 고려 없이 쏟아진 공약들이 결국 기재부에 청구서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수십조 원 규모의 지출 약속은 물론,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부가가치세 인하, 민생회복지원금 등 각종 감세, 현금 지원 공약들도 건전재정 기조 아래 풀어가야 한다.

해결해야 할 경제 현안도 산적해 있다. 수출 회복에도 부진한 내수의 간극을 좁히고, 농산물발 고물가를 완화해 민생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가계부채, 국가채무 등 자칫 파급력이 커질 수 있는 민감한 잠재 위험을 관리하며 구조를 건전화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동시에 역동경제의 색깔을 분명히 하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방책을 고안해야 한다. 저출산,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도 핵심 정책 기조인 역동경제와 맞물려 풀어갈 문제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세수 감소에만 그치지 않게 성과를 유도하는 한편, 상속세 개편·연금개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해법도 찾아야 한다.

100일간 총 35차례 현장 방문, 전문가 간담회로 의견을 청취하고 정책을 고심해 온 최 부총리는 이달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치의 시간이 지나면 기재부의 시간이 돌아오는 만큼 기재부의 존재가치를 보여줬으면 한다"며 "그간 구상하고 고민한 것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로 내보일 때가 됐다"고 기대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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