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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진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다낭난소증후군, 10명 중 1명꼴로 발병
난임부터 여성의 삶의 질 저하 초래할 수도
근본치료제 없어 증상조절·합병증 예방 중점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다낭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의 약 10%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내분비질환이다. 초음파검사상 난소에서 작은 크기의 난포가 여러 개 관찰되는데 난포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정상적인 월경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받는 가임기 여성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다낭난소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의 호르몬 불균형과 인슐린 저항성, 남성호르몬 과다분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들은 흔히 월경 불순·부정 출혈·무월경 같은 배란장애의 증상을 겪는데 난임의 대표적 원인이 된다. 비정상적으로 몸에 털이 많이 나는 조모증이나 원형탈모, 여드름 등 외적으로도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 환자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사증후군·당뇨병·지방간·심혈관계 질환·자궁내막암 등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다낭난소증후군을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선행 연구들은 다낭난소증후군 환자들이 비만인 경우가 많고 각종 대사성 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데 주목해 왔다. 그런데 최근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한국 여성들은 다낭난소증후군이어도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인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여부에 상관없이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규명되기도 했다. 다낭난소증후군으로 진단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이 여아를 낳으면 영·유아기에 과체중 또는 비만이 될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다낭난소증후군은 여러 가지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발현하는 데다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 산부인과에서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 남성화 증상 또는 혈액검사상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 수치가 증가돼 있는 고안드로겐혈증, 초음파검사상 다낭난소 소견 등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하면서 다른 원인 질환을 배제할 수 있는 경우 진단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만나 초음파검사와 호르몬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검사를 통해 다낭난소증후군이 확인되면 나이와 증상, 임신 계획 등에 따라 환자별 맞춤 치료를 시행한다. 아직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증상 조절이나 합병증 예방에 중점을 두고 경구피임약이나 프로게스테론 제제, 메트포르민 등의 약물치료를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임신을 원하지만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는 배란유도제 등의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여성은 다낭난소증후군의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합병증의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운동과 식이 조절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다낭난소증후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이요법 관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연구팀은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자유로운 식이를 허용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단식하는 일명 ‘간헐적단식’의 일종인 시간제한섭식이 다낭난소증후군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동물모델을 통한 연구인 만큼 사람을 대상으로 한 후속연구가 필요하지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식이요법이 비만·당뇨·대사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 뿐 아니라 다낭난소증후군의 치료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낭난소증후군이 있다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하며 합병증 예방에 힘쓸 뿐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 노력을 기울이기를 권한다.

류기진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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