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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광역시도는 원전에서 지역자원시설세를 걷어 소재지 시군에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전 부근이더라도 행정구역상 다른 광역시도에 있는 지자체는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인근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한빛원전은 1986년 상업운전 시작해 올해로 38년이 됐는데요, 그 기간 원전과 동거한 마을은 소재지인 전남뿐만 아니라 바로 옆 전북에도 있지만 전북 마을들은 단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 원전과 38년 동거 생활…사고 위험 부담을 함께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방파제에 서면 아래 사진처럼 돔 형태의 회색 건물 여러 동을 볼 수 있습니다.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입니다.

전북은 그 정도로 원전과 가깝습니다. 한빛원전이 전남 영광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전북도 위험 부담을 '함께' 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은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들어가 있습니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에서 바라본 한빛원전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30㎞까지인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합니다. 미리 주민 대피 계획을 세우고 방호 장비와 약품을 갖춰야 하는 겁니다.

주민들은 불안을 안은 채 살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고창군 주민은 "원전이 가끔 수증기를 내뿜는데 수증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고일까 싶어 걱정될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 주민 지원 따로따로…5년간 전남 1,400억 원·전북 '0원

하지만 소재지와 인근 지역에 대한 지원은 '따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자원시설세'로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전량에 따라 원전 소재지 광역자치단체에 내는 지방세입니다.

전라남도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역자원시설세로 1,400억 원 이상을 걷었습니다.

이 가운데 35%는 전라남도가 가지고, 65%는 원전 소재지 기초자치단체인 전남 영광군으로 들어갑니다. 영광군은 원전 사고 대응과 주민 복지 사업 등에 이 돈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지금까지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0원'입니다. 원전 '소재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험은 같이 지원은 따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차별 없앤다며 법 개정…전북 마을 주민들은 또 소외

처지가 비슷한 지자체는 전국 23곳. 이들은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을 꾸리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차별 시정을 꾸준히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원전 인근 지역도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안이 올해 초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기존에는 지역자원시설세를 원전 소재지 기초단체와 광역단체가 각각 전체의 65%와 35% 비율로 나눠 가졌습니다. 개정된 법은 광역단체 몫 35% 가운데 일부를 원전 인근 기초단체에 주어야 한다고 바뀌었고 전체의 20%까지 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 문제는 해결됐을까요? 아닙니다.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은 여전히 지역자원시설세를 받지 못합니다.

앞서 지역자원시설세는 한수원이 원전 소재지 광역단체에 내는 지방세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광역단체인 전북이 원전 소재지가 아니므로 법 개정에도 고창군과 부안군의 처지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 불평등 장기화에도 정부 '나 몰라라'…"원전은 10년 더 가동?"

원전 인근 지역 재정 지원 법안을 심사한 국회는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이 겪을 일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교흥 위원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북 같은 경우에 2개 군이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되어 있는데…(중략)…너무 가까운 인접 거리에 있거든요. 그런데 시도가 다르다고 해서 지원이 안 되면 이건 제가 보기에는 형평성에 맞지가 않습니다."

국회는 법 개정에도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이 지역자원시설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행안부에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하게 주문했지만 행안부는 아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사이에 감당해야 할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지난해부터 한빛원전 1, 2호기 수명연장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40년인 설계수명 만료를 앞둔 1, 2호기를 10년 더 가동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위험이 영구히 이어질 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원전과 38년 동거했습니다. 이 위험천만한 동거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입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는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 공평무사하고 불편부당한 '동거의 대가'에 대해 이제 정부 차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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