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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로 '비공식 예산' 사용 여전
"국회 예산 심의 안 받는 사각지대"
국가정보원 전경. 고영권 기자


지난해 국가정보원이 기획재정부의 '일반 예비비' 예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7,800억 원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예비비는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쓰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국정원은 예산 심의 없이도 예비비에서 '
국가안전보장 활동을 위한 활동 경비(국가안전활동경비)
'를 사용할 수 있는데, 감시 사각지대에 있는 비공식 예산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국정원은 일반 예비비에서 7,800억 원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국정원은 작년 △3월 7일 △4월 24일 △8월 8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안전활동경비 명목으로 예비비 사용 승인을 받았다. 12월 5일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 긴급 확보' 명목으로 승인된 예비비 역시 국정원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작년 예비비로 4조6,000억 원을 편성해 놓고 1조4,000억 원을 썼는데, 사실상 국정원이 예비비의 절반을 쓴 셈이다.

국정원 예산은 크게 두 가지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예·결산 심의를 받는 공식 예산 '안보비'와 기재부 예비비로 편성되는 국가안전활동경비다. 국가안전활동경비는 국정원이 요청하면 국무회의에서 승인되는데, 비공식 예산이기 때문에 국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는다. 결산 심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아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이뤄져 '깜깜이'나 다름없다.

정보기관이 예비비를 가져다 쓰는 구조의 특이한 예산 편성은 60년간 계속돼왔다. 정부는 비공식 예산 편성의 근거로 예산회계특례법을 언급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1963년 중앙정보부가 설립될 당시, 정부는 정보기관 예산 총액이 알려질 경우 국가 기밀이 폭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이 법을 만들었다. 이후 60년 넘게 정보기관 예산은 예비비에서 비공식적으로 편성돼왔다. 급할 때 쓰기 위해 비상금으로 편성하는 예비비 취지를 고려하면, 국정원이 예비비 예산을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게 맞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이 예비비에서 끌어다 쓰는 예산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국가안전활동경비는 2014년 4,000억 원, 2020년 6,000억 원 대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모든 예산은 모두 국회의 예·결산 감시를 받는데 국정원만 예외"라며 "정보위에서 결산 심사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일단 예비비에서 가져다 쓴 뒤 결산 심사를 받는 구조라 정말 필요한 곳에 적확하게 썼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작년 국정원의 공식 예산인 안보비는 8,526억 원이었다. 예비비에서 가져다 쓴 국가안전활동경비인 7,800억 원, 국방부와 경찰 등 각 부처 특수활동비(특활비)에 포함된 정보 예산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국정원이 쓴 예산은 최소 1조7,000억 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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