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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증원 관련 대국민 담화는 시작 전까지 많은 이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했다. 담화 진행은 윤 대통령이 소수 참모들과의 논의를 통해 전날 늦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도 일정만 통보받고 내용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에 전전긍긍하던 여당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봤다.

국민들도 ‘2천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풀리지 않는 의-정 갈등 장기화 해법 등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섭·황상무 사태’와 고물가 문제 등에 대한 발언도 나올지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이 담화 전날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아주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발언했기에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레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담화는 ‘낮은 자세’와 거리가 멀었다. 윤 대통령은 51분간 읽어 내려간 1만1천여자 분량의 담화문 절반 이상을 정원 2천명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의사들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에게 의대 증원 논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담화 뒤 대통령실은 담화문의 150여자 분량에 담긴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불통’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내가 옳다’는 생각이 여전히 담화문 전반에 짙게 드리워 있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일 관계 개선, 노동조합 대응 등 찬반 논란이 거셌던 정책을 ‘성공 사례’로 꼽고 자화자찬했다. 이틀 뒤인 지난 3일엔 윤 대통령 유튜브 채널에 ‘개혁의 이유, 국민과 국익만을 향해 나아갑니다’라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습니다” 등의 과거 발언이 비장한 음악과 함께 재생됐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 고개 숙이지 않고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담화 3일 뒤인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전공의 대표와 처음으로 만나 140분 동안 대화했지만 소득 없이 헤어졌다.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적힌 명패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물이다. 해리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이 재임 중 자기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명패를 본뜬 것이다. 트루먼 대통령의 참모를 지냈던 정치학자 리처드 뉴스타트는 저서 ‘대통령의 권력’에서 트루먼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던 1952년 봄, 당선이 유력한 장군 출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대통령)에 앉을 거야. 그러고는 ‘이거 해, 저거 해’라고 지시하겠지.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대통령 자리는 군사령관하고는 다르거든.” 이에 대해 뉴스타트는 “대통령은 명령을 내린 것만으로 어떤 결과도 입증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의 권력은 곧 설득력”이라고 단언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움직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뉴스타트의 시각에서 보면 지난 2년 윤 대통령에게 부족했던 것은 설득력이다.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국정 운영이 정권심판론의 자양분이 된 듯하다. 4월10일이 지나고 윤 대통령은 달라지려 할까. 달라질 수 있을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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