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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특유 출근길 오토바이 행렬에다 전통시장 조금씩 '활기'…시민들 "그래도 살아야 하니"
동부 지진 '진행형', 4일까지 여진 400여회로 늘어…당국 "큰 지진 없겠지만 마음놓지 말라"


5일 오전 본격적 철거 작업에 들어간 톈왕싱 건물. 2024.4.5
[촬영 김철문]


(화롄[대만]=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지난 3일 규모 7.2의 강진에 직격당한 대만 동부 도시 화롄(花蓮)현에선 이틀이 꼬박 흐른 5일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오후 하루 만에 다시 개통된 열차를 타고 화롄현에 들어온 기자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무너진 건물들과 주변 상황을 돌아봤다.

현지 취재를 마친 오후 8시(현지시간)께 어두운 거리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나흘짜리 청명절(淸明節) 연휴 첫날이지만 관광 도시로 이름난 화롄에는 흔한 관광버스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음식점 등 상점은 불이 꺼진 곳이 많았고, 시내 야시장을 끼고 있는 숙박업소 상당수는 아예 손님을 받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큰 문제가 없지만 노란색 경계선을 치거나 출입문을 잠가버린 호텔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30분가량을 헤매고서야 겨우 호텔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크게 기울어져 철거를 앞둔 톈왕싱(天王星) 빌딩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6층짜리 호텔이었다. 투숙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는 "지진 때문에 손님이 몇 명 없다"고 했다.

철거를 앞둔 화롄시 톈왕싱 건물. 2024.4.5
[촬영 김철문]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지만 여진은 잊을만하면 찾아왔다.

약하게 느껴지는 흔들림은 밤새도록 이어졌고, 새벽 2시30∼40분께는 침대 전체가 좌우로 움직일 정도로 비교적 큰 진동이 있었다. 규모 5.3과 4.6 여진이 7분 간격으로 잇따랐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에는 경고 문자도 들어왔다.

짐을 챙겨 건물을 빠져나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 흔들림이 멈췄다. 그길로 곧장 호텔 관리자를 찾아갔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호텔 안에는 지진과 관련한 대피 안내문이 아예 없었고, 밤새 비교적 강한 여진이 왔을 때도 별다른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은 점이 떠올랐다.

실제 관측 데이터상 대만 동부 지역의 여진은 '진행형'이다.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는 첫 지진이 발생한 지 36시간이 흐른 전날(4일) 오후 8시 기준 화롄현을 중심으로 총 400여차례의 여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규모 4∼5가 150회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규모 5∼6(16회)이나 6∼7(2회)의 강한 여진도 있었다.

대만 당국은 이런 여진이 길게는 2∼3일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우젠푸 대만 기상서(기상청) 지진모니터링센터 주임은 "같은 지역에서 규모 7.2보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대만 동부는 판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역이므로 시민들은 여진이 둔화하고 있다고 해서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5일 오전 대만 화롄현 중심가 모습
[촬영 김철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5일 오전 8시께 나가서 본 화롄현 중심가는 서서히 일상을 되찾고 있었다. 출근하거나 장을 보러 가는 대만 특유의 '오토바이 행렬'도 다시 보였다.

톈왕싱 빌딩 이날 철거를 앞두고 있어 주변 통행이 제한됐지만, 근처 전통시장은 상인과 시민들로 아침부터 활기를 띠었다. 장바구니를 든 채 만두나 과일 등을 사러 나온 중년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5일 오전 대만 화롄현 중심부의 전통시장 모습 2024.4.5
[촬영 김철문]


시장 안 3층짜리 건물에서 아침 식사 장사를 하는 50대 대만인 쉬모씨는 "이번 지진이 유독 흔들림이 많아 무섭고 어지럽기는 했다"며 "지진 첫날(3일) 길가에 있는 오토바이가 모두 쓰러져 있었지만 우리 가게는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60대 상인 허모씨는 "대만인은 이미 지진에 습관이 돼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무서웠다"며 "그래도 생활을 해야 하니 장사를 하러 나왔다"고 했다.

조금씩 활기를 띠는 화롄현 중심부 전통시장 오전 모습. 2024.4.5
[촬영 김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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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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