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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의 날씨 코너에서 최아리 기상캐스터가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수치가 1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홍원식 | 동덕여대 ARETE 교양대학 교수

정부 여당이 선거 과정에서 보이는 내부 갈등과 혼란은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깜짝 놀랄 만한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기 위해 모두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민의의 날씨를 피할 도리는 없는 법이다. 때마침 선거 한복판에 등장한 875원짜리 대파 그리고 이미 폐인이 된 줄 알았던 조국 대표의 ‘치아라 마’ 외침 등 놀라움 가득한 이번 선거는 오래 기억할 만한 여러 장면들을 남기고 있다.

이번 선거는 각기 다른 이유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될 만한 것이지만, 특히 내게는 그중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미친 존재감’이 오래 저장될 첫번째 대상이다. 류희림 위원장 임명에서부터 말 많고 탈 많은 방심위였지만 그가 출범시킨 22대 총선 선방위는 가히 우리 방송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써나가고 있다. 22대 총선 선방위는 법정제재를 이미 17건이나 결정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며, 그중에서도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9건이나 남발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뜻을 헤아려 그렇게 해석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거와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과 파란색으로 미세먼지 농도 숫자 1을 표기했던 것까지 선방위의 이른바 ‘기호학’적 심의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방심위와 선방위의 폭주는 우리가 가진 방송 공정성 심의 체계가 얼마나 민주공화국의 수준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달 4일 서울 한국방송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email protected]

심의위원의 기본적인 양적 균형도 갖출 수 없는 구조적 한계는 물론이고, 3월 한달 동안 방심위에 접수된 불공정 민원의 72.5%를 국민의힘이 제기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어떻게 선거 국면에서 악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22대 총선의 방심위와 선방위는 행정 권력에 기반을 둔 공정성 심의 체계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정치적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현재 방심위와 선방위의 책임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22대 국회에서는 방송 공정성 심의 체계에 대해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모든 언론이 중립적 입장을 취하길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또한 우리 사회의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구나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이 수많은 플랫폼과 채널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에 지금처럼 기계적 균형의 공정성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언론은 언론사별 정치적 편향성으로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언론사가 지닌 정치적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제기라기보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실 왜곡과 권·언 유착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정확한 의미에서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는 중립적 보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을 위하여 다양한 입장에서 취재와 검증에 얼마나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가에 대한 판단이자 요구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 환경에서 공정성에 대한 판단은 기계적 균형에 기반을 두어 과도하게 행정주의적이며 형식적으로 경직된 측면이 있다. 물론 현재 방심위와 선방위가 보여주는 공정성 심의는 이런 기계적 균형과도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마침내 투표가 시작된다. 선거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기억과 기대가 투표소로 모여 하나의 민의를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알맹이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름마저 가려져야 했던 이태원의 비통함 또는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이 한표가 될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사과나 대파를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한표가 될 수도 있다.

언론학자로서 투표를 결정하기 전에 한번쯤 떠올려보길 바라는 기억은 현 정부에서 언론이 어떻게 모욕적으로 굴복당했는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렇게 할 거면서 왜 굳이 자유를 그렇게 외쳤나 싶지만 그때는 보편적 가치로서 모두가 빠짐없이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변하였다. 특정 방송사의 전용기 탑승 배제, ‘바이든-날리면’ 소송,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쫓겨난 방송 진행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 그리고 17건의 선거방송 법정제재에서 그가 외쳤던 자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빠짐없이 기억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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