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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액지수 39개월 만에 최저
수출-내수 불균형 심화 우려
지난 3월2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농산물 코너의 모습.

대표적인 소비 지표가 3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을 거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소비 부진은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그간 부진했던 수출 부문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올 한해 동안 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 2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 기준, 2020년=100)는 101.4로 전월에 견줘 3.1% 하락했다. 지난 2월 소매판매는 코로나19 위기로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던 때인 2020년 11월(10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그 이후 줄곧 102를 웃돌며 2022년 8월 108.5까지 상승한 뒤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내구재 소비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2월 내구재판매액 지수는 97.2로 기준점(100)을 밑돌았다. 2020년 평균 내구재 소비 수준보다 더 낮았던 셈이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돈 건 5개월 만이기도 하다. 내구재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가구 등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가리킨다. 향후 소득이나 일자리 사정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볼 때 소비자들은 목돈이 드는 상품 구매를 뒤로 미루거나 포기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 부진이 올해 내내 지속될 공산이 있다고 본다. 물가 불안에다 고금리 환경이 길어지며 이자 비용도 불어나고 있어 소비를 꺼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2~3월 농산물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건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하지 못한 물가 흐름으로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심리 지수는 전월 대비 1.2포인트 내리며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나아가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한해 전보다 24% 급감한 건 올해 임금 상승 전망도 밝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실질 구매력 위축 현상으로 소비는 물론 경기 회복의 강도가 미약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소비 흐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수출 부문과는 크게 다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액(전년 동월비 기준)이 6개월 연속 늘고 있다. 게다가 반도체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점은 추가 개선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는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온기가 퍼지고 있음을 뜻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감소하고 있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과 여전히 높은 부채 수준을 염두에 두면 소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수출 부문은 점차 개선되고 있어서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이 올해 경제의 주요 현상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 변화에 맞춘 정책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다소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 쪽은 “2월 소비 지표의 악화는 설 연휴 효과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지연과 같은 일시적 요인도 작용한 것”이라며 “(내수 부문인) 서비스업생산 쪽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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