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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논설위원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한국 정치의 큰 변화를 이끌었다. 아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국회의 문턱 낮추기를 선도한 것이다. 이 대표의 기여부터 살펴보자.

우선 금융기관 대출 시 허위 자료를 내는 불법을 저질러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게 했다. 경기 안산갑의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서울 강남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생 딸을 사업자로 둔갑시켜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을 대출받았다. 금융 당국은 양 후보가 사업자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허위로 문서를 꾸며 딸이 사업을 하는 양 위장한 사실을 확인하고, 양 후보 딸과 대출 모집인을 수사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불법이 드러났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일단 당선되는 게 먼저다. 안산갑은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나중에 금배지를 달고 당국에 압력을 넣으면 사건이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불법 대출이나 문서 위조 같은 범죄는 출마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누가 문제 삼으면 이러면 된다. 양문석은요?

경기 안산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가운데)가 3일 오전 안산시 SK브로드밴드 한빛방송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 참석해 대기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막말 문턱도 제거됐다. 수원정의 민주당 김준혁 후보가 신기원을 열었다. 김 후보는 지난 몇 년간 유튜브 채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생ㆍ종군위안부와 성관계를 했다는 둥,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제자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켰다는 둥 근거 없는 저질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그래도 지금 끄떡없이 선거운동을 잘만하고 있다. 여론조사도 앞선다. ‘목발 경품’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는 아무래도 이재명 대표가 경솔했던 것이리라. 지금처럼 그냥 깔아뭉개면 되는 건데. 요즘 정치 지망생들이 유튜브에 우글거리는데 아무 말이나 마음 놓고 던지자. 나중에 누가 막말 전력으로 시비를 걸면 눈을 부릅뜨고 이렇게 외치자. 김준혁은요?
불법대출ㆍ막말 의원 탄생 유력
전관예우ㆍ음주운전도 문제 안돼
얼굴 두께만 최소 문턱으로 남아

그동안 2030 세대의 가슴에 불을 지른 ‘아빠 찬스’도 앞으론 논란거리가 안 된다. 화성을 민주당 공영운 후보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현 시세 30억원대 성수동 땅을 증여하고, 딸의 20억원대 성수동 아파트 구매도 도왔다. 광주 서을에 출마한 민주당 양부남 후보는 한남동 재개발 구역 단독주택을 20대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 누구처럼 부정대출을 받지도 않았고, 깔끔하게 증여세까지 완납했으니 공ㆍ양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이제 이런 케이스는 살뜰한 부정(父情)의 미담으로 승화되지 않겠나.

4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 ‘여성혐오 인격살인’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여성 십여명이 모여 김 후보 막말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정용환 기자

국회 문턱 낮추기엔 조국 대표의 기여도 만만찮다. 본인 스스로가 2심까지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같은 당 비례대표 8번 황운하 후보도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도 무난히 국회에 입성할 듯싶다. 이제 검찰에 기소되거나 1ㆍ2심에서 실형을 받아도 출마엔 전혀 족쇄가 되지 않는다.

음주운전 문턱이 사라진 것도 조국당의 역할이 컸다. 비례대표 4번 신장식 후보는 음주운전 1회, 무면허운전 3회에 걸친 전과를 갖고 있다. 신 후보는 4년 전 총선에서 이 문제 때문에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는데, 이번엔 음주운전 논란을 과감히 안면몰수하면서 정치를 하는 데 음주운전이 더는 걸림돌이 아님을 당당히 선언했다. 물론 음주운전 문턱 제거엔 이재명 대표의 역할이 결정적이긴 하지만.

검찰 전관예우도 이젠 별것 아니다. 조국당 비례대표 1번 박은정 후보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검사장 출신으로서 개업 1년 만에 40억원의 수임료를 번 것에 대해 조국 대표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이제 검사 출신들은 변호사 개업 후 연간 40억원 정도만 벌면 금배지를 달아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이처럼 이제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수 있게 됐다. 획기적 변화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아무나는 아니다. 반드시 얼굴은 두꺼워야 한다. 최소한의 문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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