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이후 ‘선배 의사’ 격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자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임 당선인은 4일 오후 8시47분쯤 페이스북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임 당선인이 윤 대통령을 지목한 게 아니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나 의료계 일각에선 후배 의사인 박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이날 만남은 의협과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박 위원장 홀로 참석했으며, 임 당선인 등 의협은 배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만나 오후 2시부터 140분간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등을 설명했고,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반면 박 위원장의 입장은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온도 차가 뚜렷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면담이 끝난 지 두 시간여 뒤 개인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면담에서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가 성사됐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표하던 의료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만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이날 박 위원장의 페이스북에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류씨는 이번 만남에 대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 의료진. 뉴시스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 2000명을 백지화한 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대화하더라도 ‘원점 재논의’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갈등이 봉합될 수 없고,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의정 갈등을 지켜보는 환자들은 조속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의정이)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싸움 속에서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처지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어 지금 당장 의료현장을 정상화시킬 방법을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