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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던 모습. 박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청사에서 2시간 20분간 면담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만나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안의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윤 대통령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후 2시부터 140분동안 이어졌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과 성태윤 정책실장, 김수경 대변인이, 전공의 측에선 박 위원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가 대면한 건 지난 2월 19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후 46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먼저 대화를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면담 직전 대전협 대의원 대상 공지를 통해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생토론회 뒤 박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사진 대통령실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윤 대통령은 주로 박 위원장의 요구 사항을 듣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배석자도 최소화했고 별도의 모두 발언도 준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박단이 혼자 오든, 전공의 몇 명이 오든 상관없다. 조건 없이 만나 듣기만 하겠다”며 참모들에게 대화 추진을 당부했다.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언급한 만큼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면담 전 대의원 공지에서 “2월 20일 전공의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언급한 대전협 성명서 및 요구안엔 전공의 처우 개선과 함께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가 포함돼있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면담 뒤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 면담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대면 브리핑이 아닌 서면 브리핑을 하며 로우키(low-key)를 유지했다. 기자들의 질의 응답도 받지 않았다. 별도의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제 막 전공의와 대화의 물꼬가 트인 상황”이라며 “서로의 입장을 신중히 조율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담 뒤 의료계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을 600명 정도로 조율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4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선 4·10 총선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과 전공의 만남이 성사된 만큼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의 복귀 없이 현 비상 의료 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정부와 의료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전공의 측이 요구하는 ‘2000명 백지화’와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전공의 의견 존중’ 간에 간극이 상당해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낼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공의 입장을 경청하며 해법을 찾아갈 것”이라며 “의대 정원 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선 의료계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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