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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복 대표 공소장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에스피씨(SPC) 파리바게뜨 노조 탄압 의혹 검찰 수사가 허영인 회장 체포와 구속영장 청구 등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황재복 에스피씨 대표의 공소장에는 에스피씨의 조직적인 민주노총 산하 노조 와해 계획과 실행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4일 한겨레가 입수한 황 대표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에스피씨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를 탄압하기 시작한 때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발표 이후로 파악했다. 앞서 노동부는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인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에 제빵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벌여 2017년 9월 파리크라상에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고용하고, 협력업체들에 110억여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을 시정지시했다.

에스피씨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과태료 부과를 면할 목적으로 자회사(현 피비파트너즈)를 세워 제빵기사를 고용하기로 했고, 파리바게뜨지회는 직접고용을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정아무개 현 피비파트너즈 전무가 협력업체 중간관리자였던 전아무개씨에게 노조를 설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전씨가 설립한 노조는 추후 한국노총 산하의 다른 노조와 통합해 현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피비노조)이 됐고, 전씨는 피비노조의 위원장을 맡았다.

전 위원장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2018년 1월 파리바게뜨지회는 에스피씨와 정당, 시민단체 등과 함께 자회사 고용을 받아들이는 대신, 3년 이내에 파리크라상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기로 하는 ‘사회적 합의’를 했다.

2021년 파리바게뜨지회가 합의 사항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에스피씨는 “피비노조가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게 하는 것이 회사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에스피씨는 전 위원장에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내용의 인터뷰 멘트를 전달했고, 전 위원장은 이대로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황 대표는 전 위원장의 발언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자 ‘우호적인 언론사들을 통해 기사가 보도되도록 하라’고 지시해, 전 위원장이 하지도 않은 인터뷰 내용을 담은 기사 초안을 언론사에 전달해 보도되게 하기도 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2022년 4~5월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53일 동안 단식투쟁을 하고, ‘에스피씨 불매운동’이 확산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위원장은 “노조 사무실처럼 보이게 걸개를 걸라”는 회사 지시에 따라 ‘조합원이 가라는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적힌 걸개가 걸린 노조 사무실에서 회사가 전달한 내용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피비노조는 회사를 비판하는 언론보도에 대해 노조 명의의 비판 성명도 발표했는데, 역시 회사가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임 지회장의 단식 이후 회사와 파리바게뜨지회가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피비노조는 이에 항의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조차도 “‘한노(피비노조)가 있어서 우리 마음대로 의사결정하기 어렵다’고 하려 하니, 피비노조에서 회사를 상대로 ‘우리를 왜 무시하느냐, 가만히 안 두겠다’는 공문을 보내달라”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고, 전 위원장은 회사가 만들어준 공문 그대로 회사에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회사는 각 지역 관리자들에게 ‘클린 사업장(민주노총 조합원이 없는 사업장)을 만들자’는 목표를 정해주고 파리바게뜨지회 탈퇴 종용 작업을 벌였고, 임원들은 탈퇴 실적을 표로 정리해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 회사 관리자들은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승진 심사에서 정성평가 최하위 등급을 부여해 승진을 막기도 했다.

공소장 내용을 확인한 임 지회장은 한겨레에 “7년 전에 이미 시작된 노조 와해를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더 빨리 수사했어도 조합원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며 “전 위원장이 회사가 시키는 대로 파리바게뜨지회를 비방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도 막았다는 점에서 매우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한겨레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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