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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 도입 속도 내는 은행
금융사고 발생하면 책임 회피 불가능
금융위, 실무회의 거쳐 가이드라인 제정
은행 “올해 하반기 중 조기 시행 목표”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은행이 일제히 책무구조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책무구조도’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 개개인의 직책에 따른 책무(責務)를 명시한 것으로,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회피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금융 사고가 터져도 행위자와 상위 감독자만 제재를 받는다. 최고경영자(CEO)나 은행장, 담당 임원 등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도입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7월 3일 시행되는데,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3일까지 이사회 심의·의결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조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연내 금융 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책무구조도 작성을 모두 마친 상태고, 주요 계열사는 현재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전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조기 시행을 계획 중이다”라고 했다. 지주사인 신한금융은 계열사의 책무구조도 작성이 모두 완료된 뒤 이를 바탕으로 임원 별 책무를 지정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도 연내 책무구조도를 조기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KB금융과 국민은행 등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책무구조도 작성 등을 위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컨설팅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엔 부서장 대상 설명회를 개최했다. KB금융은 “경영진과 직원 스스로 ‘내부통제 주체’라는 인식 변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내부통제 개선 TF를 운영하며 이행 시스템 개발을 병행 중이다.

그래픽=손민균

대다수의 금융지주와 은행은 하반기 중 책무구조도 조기 시행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으나, 가급적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 책무구조도를 금융 당국에 제출하고 하반기 중 조기 시행하려는 분위기다”라며 “홍콩H지수 ELS 사태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데다 금융 당국의 제재 수위 결정에도 참작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홍콩H지수 ELS 사태를 언급하며 책무구조도 준비를 당부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주요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7월부터 시행되는 책무구조도가 은행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ELS 사태 상황을 가정해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실효성 있는 책무구조도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홍콩H지수 ELS 사태가 발생했다면, CEO는 내부 통제 실패에 따른 최종 책임을 피할 수 없다. CEO는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현장 검사 결과 직원 성과평가지표(KPI)에 ELS 관련 배점을 높여 불완전 판매를 조장하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조직적인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고 했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될 경우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가 징계 취소 소송을 내서 승소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당시 법원은 지배구조법상 내부 통제 기준은 자율 규제 사항으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직책에 따른 내부통제 책임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책임 소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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