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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의 미향취향 ‘성시경 막걸리’ 맛 평가
시음한 ‘경탁주 12’도. 박미향 기자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애주가’란 어떤 사람일까. 사전에는 ‘술을 매우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돼있다. 좋아하면 직접 만들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애주가로 정평 난 가수 성시경이 지난 2월22일 자신의 이름 한 글자를 딴 막걸리 ‘경탁주 12도’를 온라인스토어를 통해 세상에 내놨다. ‘성시경 술’은 출시하자마자 ‘완판’에 연일 매진 행진이다. ‘구하기가 어렵다’며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애주가가 한둘이 아니다.

‘경탁주 12도’는 성시경이 농업 스타트업 ‘제이1’과 협업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충남 당진에 있는 신평양조장이 위탁 생산하는 술이다. 기존 막걸리에 견줘 도수가 12도로 높다. 가격은 2만8000원(2병 한 세트). 쌀 함유량이 46%가 넘는 게 특징이다. 성시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술을 좋아하고 노래도 오래 했는데, (나 같은 이가 술을 만들면) 사람들이 믿어 주지 않을까. 내가 맛있다고 인정한 술을 함께 마시고 싶은 마음”이라고 출시 이유를 밝혔다.

자신의 술을 알리고 있는 성시경. 성시경 유튜브 화면 갈무리

어떤 술일까. 맛은 있을까. 그저 ‘성시경’이라는 유명인의 ‘맨 파워’에 기댄 마케팅이 성공한 술일까. ‘미향취향’이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식품개발팀 연구사이자 ‘술자리보다 재미있는 우리 술 이야기’를 펴낸 전통주 전문가 이대형 박사와 맛 평가를 해봤다. 애주가인 4년 차 박지영 기자도 함께했다.

지난 2일 공덕동에 있는 숨겨진 동네 맛집 ‘동부숯불갈비’에서 술상을 차렸다. 성시경은 “발효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라며 안주로 김치와 치즈를 추천했다. 양념 된 고기보다 쇠고기 구이가 나을 거라고도 했다. 이날 김치와 소고기 등심이 안주로 ‘등판’했다. 인심 후한 주인장이 차림표에 없는 홍어도 맛보라고 내놓았다.

잔은 투명한 맥주잔으로 정했다. 박 기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막걸리를 와인 잔 같은 투명한 잔에 부어 마신다. ‘성시경 유튜브’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 성시경씨도 볼 넓은 투명한 잔에 마시더라”고 말했다. 이 박사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예전엔 막걸리를 향 신경 안 쓰고 마셨죠. 술은 향을 맡으며 마시면 더 맛있습니다. 요즘 출시되는 전통주는 다 향이 조금씩 있어요. 향을 따지는 이가 많아졌죠. 투명한 와인 잔에 부어 마시면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술도 바닐라 향, 꽃 향 등이 느껴지잖아요.”

‘성시경 술’ 마시는 법을 소개하는 장면. 성시경 유튜브 화면 갈무리

두 사람이 한 모금씩 마셨다. 서로의 눈동자가 부딪힌다. “본격 판매하기 전에 시제품 맛을 봤는데, 그때와 비슷하군요. 다만 그때보다 단맛이 좀 줄어들었어요. 당시 (성시경씨가) 애주가라서 조금 드라이한 막걸리를 기대했는데, 달콤하고 새콤했어요. 젊은 층이 좋아하는 맛이죠. 요즘 출시되는 고급 막걸리 대부분이 이런 맛입니다. 전통주를 많이 드신 분한테는 특별한 술이 아니지만, 팬들이나 대중은 신기해하며 좋아할 거 같아요. ‘성시경이 막걸리를 만들었다고? 한번 먹어봐야겠는데’ 하겠죠.” 이 박사가 말했다.

박 기자는 평했다. “단맛이 제일 먼저 느껴지고, 걸쭉해서인지 묵직한 맛이 이어집니다. 음주 초급자인 동료는 좋아할 거 같지만, 저는 (애주가라서) 단 술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웃음)”

성시경이 추천하는 ‘맛있게 먹는 법’ 중 하나인 ‘얼음 넣어 마시기’로 넘어갔다. 박 기자가 말문을 열었다. “12도라서 그런지 ‘훅 올라’오는 느낌이네요. 여기에 얼음을 넣어 마시니 훨씬 좋습니다. ‘막걸리 안주’하면 전이잖아요. 같이 먹기에는 좀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얼음을 넣어 마시면 일단 보디감이 가벼워지고 맛은 부드러워진다. 단맛도 줄어드니 ‘목 넘김’이 훨씬 좋아진다.

시음에 나선 이대형 박사(사진 왼쪽)과 박지영 기자. 박미향 기자

2년 전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는 ‘소주 오프런’를 일으킬 만큼 돌풍이었다. 이어 ‘의리의 아이콘’ 배우 김보성도 자신의 얼굴을 패키지에 넣은 ‘김보성 의리남 소주’를 출시했다. 가수 김민종도 자신의 노래 제목을 딴 술 ‘하늘 아래서’를 세상에 내놨다. 주류업계나 시장에서의 평가와 달리 술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볼까.

이 박사는 “경기가 안 좋다. 와인업계 등 주류업계가 매우 힘들다. 전통주도 침체기가 올 수 있다. 성시경씨가 같은 유명인이 막걸리를 만들어 이슈가 되니, 전통주업계 입장에선 도움이 된다. 지난해 백종원 선생이 출시한 ‘백걸리’도 화제였다. 요즘 ‘성시경 막걸리’와 비교 시음하는 이가 많다. 다양한 맛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가 말했다. “다만 원소주가 지금은 출시 때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많이 풀렸거든요. 구하기 쉬워진 겁니다. 당시는 맛 따지기 전에 구하기만 하면 가치가 오르는 술이었죠. 초기 ‘희소성 마케팅’이 어찌 보면 수명을 다한 셈입니다. ‘성시경 막걸리’도 향후 지켜봐야겠죠.”

박 기자가 맞장구를 쳤다. “강릉 여행 갔다가 편의점에서 ‘원소주’를 사 마셨는데 ‘그렇게 난리 칠만한 맛인가’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는 요즘 젊은 층의 새 트렌드도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산된 ‘홈술 문화’의 단면이다. 엠제트(MZ) 세대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로 보내는 선물 품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엔 커피 기프트콘을 보냈다면 요즘은 보리로 만든 증류주 ‘사락’이나 안동 소주 등 전통주를 보낸다는 것. 엠제트 세대의 바뀐 구매 패턴은 ‘성시경 막걸리’ 출시 배경 중 하나다. 음식과의 조화는 어떨까. “김치와는 잘 어울리지 않네요. 달아서 김치가 못 버티겠는데요.(웃음) 홍어와 잘 어울리네요. 역시 ‘홍탁’인가요.(웃음)”(이 박사)

시음한 ‘경탁주 12’도. 박미향 기자

박 기자는 “내일 이 술 생각이 또 나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이날 맛본 ‘성시경 막걸리’가 떠오른다면 돌풍은 장기 흥행에 진입할 것이다. 혀에 각인된 맛이 그리움으로 이어진다면 ‘롱런’은 ‘예고된 수순’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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