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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잊지 않았습니다
2. 진실 ①그날 세월호에선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과 해군이 실종자 구조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한 사람만 제대로 대응했더라도 수많은 인명이 구조될 수 있었는데 모든 시스템이 엉망이었고, 지휘부의 지휘 능력부터 하위직의 간단한 신고 전화 응대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해경 본청 간부 검찰 진술)

세월호 참사 10년의 기록을 망라해 최근 발간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그날의 기록)은 2019년 꾸려진 검찰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의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특별수사단은 참사 6년 만인 2020년 2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책에 담긴 해경 관계자들의 진술을 보면, 2014년 4월16일 해경은 “안이”했고 “무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에 실패한 혐의로 재판받는 해양경찰청 지휘부가 2020년 1월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여인태 해경 경비과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 유연식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연합뉴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참사 당일 오전 9시26분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 초계기(정보탐지 항공기) 703호 부기장은 “당시 지휘부의 무능함을 직접 알게 되니 해경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고 검찰에 말했다. 참사 당시 상황실에서 근무한 해경 본청 간부 역시 “해경 지휘부는 현장 경험이 부족하여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나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대처하였고, 조직 문화도 구조 기능보다는 경찰 업무 쪽에 치중하였기 때문에 구조에는 소홀”하였다고 검찰 조사 때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종합보고서에서 당시 해경 지휘부는 “정보를 파악하거나 구조를 지휘하지 않으면서 보고만 종용”했고 현장출동세력은 “상 황을 왜곡하여 보고하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묻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세월호가 급격히 오른쪽으로 기운 것은 참사 당일 오전 8시49분이다. 그리고 오전 10시30분 뒤집혔다. 101분의 귀한 시간을 해경 지휘부는 엉뚱한 지시로 낭비했다. 일례로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은 오전 10시9분께 펌프로 세월호 배수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이런 지시에 대해 2019년 5월 사참위의 조사를 받은 당시 서해청 상황실 근무자는 “배수펌프는 조그맣다. 조그만 어선 침몰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여객선에는 의미 없는 내용”이라며 “그 상황에 안 맞는 지시”라고 말했다. 김문홍 전 목포서장의 첫 지시는 오전 9시48분 현 장에 가장 먼저 도착(오전 9시30분)한 해경 경비정인 123정에 전달됐다. “너무 과승하지 말라”였다. 한명이라도 더 구해야 할 시점에 123정이 위험할 수 있으니 구조 승객을 많이 태우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선원을 찾아 배 안의 승객 등 상황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일조차 방기했다. 배에서 나오라는 방송도 하지 않았고, 배에 올라 승객을 퇴선시키지도 않았다.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던 것이다. 해경 123정 팀장은 2022년 4월 사참위 조사에서 “기존에 뭘 해봤어야 아는 거다. 대형 여객선 침몰 중 승객 구조에 대한 지식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는 명확한 지시를 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처절한 실패에도 책임을 진 해경은 앞선 2015년 7월 기소돼 징역 3년이 확정된 김경일 당시 123정장뿐이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거쳐 2020년 2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한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 10명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을 두고 ‘그날의 기록’은 “해경 지휘부에 대한 공소장과 판결문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휘관이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점”이라며 “판결문에 따르면 해경 지휘부는 있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판결대로라면) 지휘부는 위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하지 않을수록 안전하다”고 짚었다.

물론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해경 지휘부는 그 밖의 책임도 지지 않았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징계 없이 2014년 11월 퇴임했다. 그는 2022년부터 한서대 해양경찰학과 교수와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고문을 맡아 일한다. 최상환 전 해경 차장은 구난업체 ‘언딘’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으로 면직됐으나, 징계취소 소송에서 이겨 책임을 면했다. 감사원에서 해임을 요구한 김문홍 전 목포서장은 강등 처분만 받았고 이후에도 해경에서 함장 등으로 근무했다.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2015년 남해해양경비본부장을 거쳐 해양경비안전조정관(치안정감)까지 올랐다. 지휘부 중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것은 김수현 전 서해청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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