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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서 의료봉사했던 서방 의사 9명 증언
저격수·쿼드콥터로 어린이 등 민간인 사격
이스라엘군 "군사적 목표만 공격" 부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라파=AP


"7세, 8세쯤 됐을까요. 전투원이 아닌 그냥 어린아이들이었어요. 인공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 병상에 누워있었죠."

지난 2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의 유럽 병원. 의료 자원봉사 중이던 캐나다인 의사 포지아 알비의 발길을 멈춰 세운 건 2명의 어린이 환자였다. 알비는 "
뇌에 저격수의 총격을 받아 하반신이 마비된 채 문자 그대로 야채처럼 누워 있었다
"며 "머리나 가슴에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을 받은 어린이를 본 건 처음이 아니었다"고 했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싸우는 이스라엘군 저격수가 어린이를 조준 사격했다는 충격적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가자지구 병원에서 의료봉사했던 서방 의사 9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총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온 아이들의 상처 종류와 위치,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이스라엘 저격수의 표적 공격을 받았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지난달 18일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AP 뉴시스


'어린이 무덤'… 훈련된 저격수가 조준 사격



가자지구는 "어린이 수천 명의 묘지(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누적 사망자 수는 3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이 어린이다
. 체구가 작은 어린이들은 단 한 발의 총격에도 중상을 입거나 숨지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미국 시카고의 한 외상센터에서 주로 총상 환자를 다루는 의사 타에르 아마드는 지난 1월 가자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나세르 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그는 "가자에 머문 3주 동안 외상 수술을 한 소아과 환자들이 미국에서의 10년보다 더 많았다"며 "
총상의 배열은 무작위로 쏜 게 아니라 표적이 됐다는 걸 암시했는데 대부분 가슴, 복부에 나 있었다
"고 했다.

지난 1월 가자지구 병원에서 부상자를 치료했던 미국 뉴욕의 한 중환자실 담당 의사 바니타 굽타는 "하루는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이미 사망한 5세, 6세쯤 된 소녀 등 어린이 3명이 연달아 들어왔는데, 당시 거리에는 가족이 함께 있었고, 다른 총격은 이뤄지지 않았다더라"라고 가디언에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들 소녀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해 총을 쐈다는 얘기다.

국제팔레스타인아동보호연맹(DCIP)의 미란다 클리랜드는 "지난 수년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린이들을 겨냥하는 분명한 공격 패턴이 있었다"며 "이들 중
다수는 먼 거리에서, 때로는 500피트(약 152m) 이상에서 발사된 총탄에 맞았으며, 이것은 잘 훈련된 군 저격수만이 할 수 있는 일
"이라고 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로 피란 간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지난해 11월 27일 무너진 건물 잔해 주변에 피워진 모닥불 앞에 앉아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민간인 저격' 쿼드콥터까지 등장



최근 가자지구에서는 4개의 회전날개를 가진 무인기(드론) 쿼드콥터가 '원격 조종 저격수'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정보 수집 용도였던 쿼드콥터가 공격용으로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계 팔레스타인 외과의인 가산 아부시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 총장은 "가자지구 내 많은 이들이 저격총이 부착된 쿼드콥터에 의해 총상을 입었다"며 "저공비행하는 스나이퍼 드론"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와 군사 목표만 표적 삼는다"며 민간인 공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이 자체 사격 규정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의도를 갖고 민간인을 쏘더라도 처벌하지 않거나 은폐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
고 짚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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