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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제주시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내세워 24차례에 걸쳐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러나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제주도민을 기리는 자리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선거운동을 이유로 불참했다. 총선 앞 보수 지지층을 의식하는 행태다.

이날 행사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자신의 명의로 된 추념사를 읽어 내렸다. 지난해엔 그나마 한 총리가 윤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했으나, 올해는 총리 명의로 격을 낮춘 셈이다. 한 총리는 추념사에서 “2025년까지 추가 진상조사를 빈틈없이 마무리하고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트라우마 치유센터의 설립과 운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평화센터 건립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노력 등도 약속했다. 하지만 4·3 단체와 유족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희생자·유족 명예훼손 처벌 조항 마련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제주 4·3은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라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고, 2022년 당선자 신분으로 추념식에 참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라는 이유를 대며 불참하더니, 올해는 아예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여당 대표도 2년 연속 불참으로 여야 대표가 추념식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을 함께 위로하던 관행마저 깨졌다.

4·3의 온전한 명예회복 대신 벌어지는 일은 거대한 퇴행이다. 여권에선 제주도민 3만여명이 학살된 4·3 책임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4·3을 모독한 이들이 버젓이 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김일성·박헌영 지령을 받은 무장폭동”(조수연 대전 서구갑), “4·3사건이 촉발된 계기는 좌익 세력과 남로당 세력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는 과정”(전희경 경기 의정부갑), “김일성 일가 지시에 의해 촉발된 사건”(태영호 서울 구로을) 등 망언을 서슴지 않은 이들이 모두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국민 대표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4·3 추념식 불참은 4·3을 왜곡하려는 극우 세력의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4·3의 희생자들이 아직도 지지층 표 계산에 밀려 모른 체 당해야 하는가. 국민들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와 통합에 앞장서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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