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서울 양천구에 있는 신영시장을 방문해 전통시장 납품단가 지원사업을 점검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정부가 납품단가 지원도 해주나요?”

3일 서울 양천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처음 듣는다는듯 되물었다. 불과 사흘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같은 구에 있는 신영시장에 방문해 납품단가 지원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했는데도, 인근에 있는 이 시장 상인회는 관련 내용을 알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18일 투입한 농산물 물가 긴급안정자금 15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금액이 납품가격 지원에 배정되면서, 전통시장에서 장을 볼 때 대형마트만큼 과일·채소류 인하 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정부는 이런 한계에 최근 서울에 있는 전통시장 11곳을 시작으로 납품가격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전통시장은 납품처가 제각각인데다 유통 전산화 수준이 미흡한 구조적 한계 탓에 더 효과적인 다른 방식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투입한 1500억원은 과일 직수입 등은 제외하고, 납품가격 지원(755억원)과 농산물 할인쿠폰 등 할인 지원(450억원)이 큰 두 축이다. 모든 대형마트가 사과의 경우 ㎏당 4천원 납품가 할인 지원을 받았지만, 전국 전통시장 1400여곳 중 납품가 지원사업에 참여한 전통시장은 지난 2일까지 11곳에 불과했다.

유통업체 유형에 따라 납품가 지원이 편중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유통업체가 납품가 지원만 받고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일을 막아야 하는데, 전통시장의 경우 결제용 포스(POS)기기 등이 갖춰지지 않아 모니터링이 어렵기 때문이다. 납품처가 단순한 대형마트와 달리, 전통시장은 점포마다 납품처가 제각각이라 정부가 일일이 정산해야하는 구조적 어려움도 있다.

그나마 농산물 할인쿠폰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똑같이 할인율 30%를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유통과정에서 납품단가 할인은 빠지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과나 대파 등 지원 대상 농산물 가격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에서 1인당 할인한도는 1주일당 1만원씩 월 4만원이고, 전통시장은 농산물 할인 상품권(10만원)을 썼을 때 월 3만원이다. 비정기적으로 환급 행사를 할 때에만 상품권과 중복 없이 2만원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마트와 시장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한도가 일대일 수준은 아니다”라며 “납품가 지원 참여 시장 등은 계속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납품가 차이로 시장 상인들조차 마트에서 장을 봐야할 판”이라며, “현실적으로 전통시장에 납품가 지원이 어렵다면 다른 지원을 확대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물건 값과 큰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겨레

박수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