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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x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애니페스토
각 당 대표 공보물에서도 동물공약 찾기 어려워
국민들은 동물학대 처벌 강화 등 근본적 변화 원해
지난해 10월 전북 정읍시의 한 번식장에서 구조를 앞둔 허스키 한 마리가 철창 밖을 응시하고 있다. 이곳은 허가를 받았음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개들을 사육하고 있었다. 라이프 제공


한국일보와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라이프는 선출직 정치인의 동물 공약을 검증하는 ‘애니페스토’(애니멀+매니페스토) 캠페인을 시작한다.


국민들은 동물학대 처벌 강화, 민법 개정 등
근본적인 동물 문제 개선
을 원하고 있지만 4∙10 총선을 앞둔 각 당과 대표 후보자들의 공약은 주로
반려동물 분야에 치중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구에 출마한 각 당 대표와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조차 공보물에 동물 공약을 싣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지역 맞춤 및 유권자에게 가시적 성과 위주의 정책을 제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동물 공약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일보와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는 선출직 정치인의 동물 공약을 검증하는
'애니페스토'(애니멀+매니페스토) 캠페인의 일환
으로 지난달 31일까지 한국일보 홈페이지와 라이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동물 공약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나선 당대표들과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3명에게 동물 공약 유무 및 내용을 묻고, 각 당이 발표한 동물 공약을 분석했다.

시민들 "번식장 및 경매장, 신종펫숍 규제" 목소리 높아

김대훈 기자


설문 응답자 276명 가운데 95.7%는 후보자들이 내는 동물 공약에 관심이 있고, 96%는 동물 공약 제시가 후보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또 동물 공약에 포함됐으면 하는 법과 제도(중복 응답)로는
동물보호법상 학대 처벌 강화(91.7%)
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70.7%), 헌법에 동물권 명시(55.1%), 동물복지 전담 행정기관 신설(49.3%) 순이었다.

반려동물
분야에서 공약에 포함됐으면 하는 내용으로는
번식장 및 경매장 규제(87.7%)와 신종펫숍 등 변칙영업 규제(75.7%)
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던 동물 진료비 표준화(44.9%)는 지방자치단체 보호소 개선(49.6%)보다 낮았고,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는 6.2%에 불과했다.
농장동물
분야에서는
비인도적 살처분 금지(79.7%)와 사육환경 개선(64.1%)
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또 소싸움 폐지(43.5%)와 말 복지 개선(33.3%) 등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활용되는 동물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2022년 실험에 동원된 동물 수가 499만여 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험동물과 야생∙전시동물 분야
에서는
불필요한 동물실험 규제(73.6%)
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산천어 등 동물을 이용한 지역 축제 규제(46.7%), 파괴되는 야생동물 서식지 복원(44.6%), 상업용 동물복제 금지(35.9%)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동물 공약에 포함됐으면 하는 내용으로는
길고양이와의 공존 대책 응답 비율
이 83.3%로 가장 많았다. 공혈동물 복지기준(62.3%), 진돗개 등 천연기념물 보호(53.6%), 사역견 보호방안(50.4%)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
는 "국민들이 이제는 반려동물 놀이터 설치, 진료비 표준화 등의 공약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특히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등 반려동물이 아닌 다른 동물의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 차원 동물 공약 수준 편차 컸다

김대훈 기자


각 당이 발표한 동물 공약을 살펴보면
개혁신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들은 공약집에 동물 공약을 포함시키고 있었지만 편차
는 컸다.
국민의힘
은 반려동물 생체정보 확대 및 등록 등
반려동물 분야에 한정
된 내용이었다. 간접적으로 동물과 관련된 공약으로 장애인 분야에 장애인 보조견 및 도우미견 제도 확대가 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은 2월 27일 동물 공약을 따로 발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내용 역시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및 민법 개정,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및 사육권 제한, 학대행위자로부터 피학대 동물 몰수, 강아지 생산공장 및 가짜 보호소(신종펫숍) 금지 등
물 분야에서 지적돼 오던 문제가 상당 부분
담겼다. 또 동물원 동물과 농장동물 복지 개선,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 등 반려동물 이외 다른 동물로 분야를 확대했다.

새로운미래
는 민법 개정 및 동물복지법으로의 개편을 첫 번째 동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 외에는 반려동물 분야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개혁신당
은 공약집에 동물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애니페스토의 질의에 동물학대자의 소유권을 제한하고, 학대가 발생한 이후가 아닌 학대가 우려되는 경우에도 동물을 격리조치 할 수 있는 등의 보호조치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녹색정의당
은 동물권리법으로의 개편을 비롯해 동물학대 축제 폐지, 로드킬(찻길사고)과 조류충돌 저감 등을 제시해 차별화했다.

2021년 경기도 한 지역에서 살던 동네 고양이. 이 지역에서 살던 고양이들이 다른 지역에 방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인 바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민의힘,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의 공약은 반려동물 위주로 한정
돼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시민들이 공약에 필요하다고 꼽은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제한 등 학대처벌 강화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4개 당이 공약
으로 내걸었고, 민법 개정은 더불어민주당과 새로운미래가 제시하고 있었다.

당대표와 동물복지국회포럼 대표의 동물 공약은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개막된 청도소싸움축제 소태백 결승전에서 소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 시민단체들은 동물학대인 소싸움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도=뉴스1


지역구에 출마한
각 당 대표의 공보물에 동물 공약이 포함된 후보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뿐이었다. 이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생명존중도시 조성'을 내세웠고 반려동물 전용 산책로와 복합 커뮤니티 조성을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는 애니페스토의 추가 질의에 계양경기장 내 '꽃마루 반려견 쉼터' 확장과 유기동물 입양 지원확대 방안 마련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공보물에 동물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 후보는 이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민법 개정 및 개식용 종식 절차 이행 지원,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과 공공 진료 확대를 약속했고 한 의원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함께하는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 펫 위탁소 및 동물병원 지속 확충을 제안했다.

전북 정읍시의 한 번식장 속 뜬장에서 제대로 된 밥과 물도 없이 개들이 길러지고 있는 모습. 라이프 제공


다만 공보물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당선 이후 추진하고자 하는 동물 공약에 대한 애니페스토의 질의에는 모두 긍정적
으로 답했다. 박 의원은 동물복지법으로의 변경 및 재난 발생 시 동물보호조치 의무화 등을, 이 의원은 동물기본법 제정 및 동물학대 발생 시 동반대피 거점시설 마련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국회 내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지속 관리 및 돌봄을 시작으로 개식용 종식 후속 점검,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법 제정, 전시동물 사육 개선 강화 등을 공약했다.

이상돈 애니페스토 운영위원장
은 "각 당과 대표 후보자들이 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아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반려동물 유기처벌 강화 등 유권자에게 책임을 묻는 공약이 빠진 점 등은 한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각 당과 후보들이 보다 근본적인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당선자들에게는 활발한 동물정책 입법을 기대하며, 애니페스토도 앞으로 이를 철저히 검증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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