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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분위기 나지 않고 썰렁
공천 때부터 논란 된 양문석 때문에 시끌
엑스포 불발 책임 장성민도 마땅찮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자원봉사자들이 2일 오후 안산 상록수역 앞에서 선거 유세하는 가운데 안산 시민들이 지나치고 있다. 강진구 기자


인물이 그렇게 없나? 어쩌다 이런 후보들만 뽑으라는 건지….

4·10 총선을 여드레 앞둔 지난 2일. 경기 안산시 본오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56)씨는 선거 얘기를 꺼내자 대뜸 "요즘 정치 뉴스에 관심을 끊었다"고 말했다. 운전 중 즐겨 듣던 라디오 채널도 시사에서 음악 전문으로 바꿨다고 했다. "안산갑 출마 후보들 얘기에 대해 안 좋은 얘기만 들리는데 짜증이 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총선에서 안산갑 유권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폄훼 발언 등 막말에 서울 강남 아파트 매입 당시 부정 대출 의혹까지 제기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부산 엑스포 개최 불발 책임에도 공천을 받은 장성민 국민의힘 후보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 3지대 정당이나 무소속 출마자도 없어 선택지가 제한된 유권자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평소에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 선거 때마다 선택을 했다는 김씨는 "양 후보는 지역구 현역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을 경선에서 꺾었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능력은커녕 문제만 일으킨다"며 "장 후보 역시 안산과 연고 하나 없어 솔직히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후보들이 저러니, 요즘 동네사람들은 총선 얘기도 잘 안 꺼낸다"고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비호감 후보 간 대결로 구도가 짜인 탓에 이날 만난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총선에 대한 기대감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제 상록구 반월·본오·사동 등 이날 둘러본 안산갑 지역구 동네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했다. 본오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양당 캠프 선거운동원들은 간간이 눈에 띄는데, 정작 후보 본인은 안 보인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저녁 서울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앞 등에서 두 후보 캠프에서 소란스러운 선거운동을 했지만, 정작 후보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동에서 만난 박모(43)씨는 "그간 투표를 꼬박꼬박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소에 안 갈 것"이라며 "이 후보나 저 후보 모두 똑같기 때문"이라고 혀를 찼다. 실제 이날 출퇴근길에 나선 40대 이하 직장인 대다수는 역전 선거 유세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서 황급히 지나쳤다.

대학생들이 2일 안산갑 후보자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박선윤 인턴기자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컸다. 전 의원이 그간 내리 3선 했을 정도로 안산갑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그런 만큼 논란이 된 후보를 내리꽂은 데 대한 반감이 컸다. 반월동에서 30년째 거주하고 있는 유모(64)씨는 "양 후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민주당 후보였다면 큰 격차로 당선됐을 것"이라며 "차라리 공직선거법 위반이 명백하면 추후 재보궐선거라는 기회라도 있는데, 그런 기대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동에서 만난 대학생 강나은(21)씨도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투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두 후보 모두 문제가 많아서 투표를 진짜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시큰둥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에서 단수로 내리꽂은 장 후보는 2002년 선거 사무장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력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대통령실 근무 당시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전담 업무를 맡고도 실패한 뒤 '대기발령'을 받았을 정도로 신뢰를 잃은 인사다. 본오동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태석웅(55)씨는 "안산은 그간 야당이 내리 국회의원을 지냈기에,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역에 빠삭한 인사가 아닌 외부 인물을 갑자기 꽂으니 내켜하는 주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비호감 선거에 내몰린 안산갑 유권자는 투표를 하지 않거나, 후보가 아닌 당만 보고 찍어야 하는 상황이다. 본오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62)씨는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어서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인물을 기대했는데, 문제가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크게 실망했다. 양 후보 때문에 민주당 전체 선거판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상록수역 앞에서 만난 신모(77)씨도 "결국 당만 보고 찍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경기도의 한 여당 관계자는 "우리도 약세 지역이라 신경을 많이 못 쓴 분위기인데 민주당도 뭐를 믿고 공천 때부터 시끄러운 후보를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호감 선거의 압축판이라 주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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