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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방전 중심엔 아르헨티나 극우 밀레이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자비에르 밀레이 대통령(가운데 오른쪽)과 빅토리아 비아루엘 부통령(가운데 왼쪽)이 지난 2일 포틀랜드 전쟁 42돌 기념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얼간이”, “무식한 바보”, “파시스트”.

다혈질인 라틴 아메리카의 정상들이 서로 뒷골목에서나 쓸 법한 욕설에 가까운 막말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공격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비방전의 중심에는 지난해 말 취임한 자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극우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막말과 돌출적인 행동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향해 “얼간이”, “악마”, “악의 축” 처럼 입에 담기 어려운 거친 말을 던져 논란을 일으켰다가 대통령 당선 뒤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화해의 제스처를 한 바 있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자신의 정책을 반대하는 정적, 특히 좌파 정치인에 대해서도 “쓸모없는 기생충”, “인간 배설물” 등 험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의 당시 막말과 험한 말은 이제 국제 외교무대로 확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의 시엔엔(CNN) 방송에 출연해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민영화를 비판한 사실을 거론하며 “로페스 오브라도르 같은 무식한 바보가 나를 비방하는 건 영광”이라고 조롱했다. 그러자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곧바로 밀레이 대통령을 겨냥해 “독재자”, “파시스트”라고 맞불을 놓았다.

밀레이 대통령은 젊은 시절 한때 반군 게릴라 활동을 했던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에 대해서도 “테러리스트 살인범, 공산주의자였던 사람에게 기대할 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페트로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밀레이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하며 좌파 성향의 상대당 후보를 지원사격했던 사실을 잊지 않은 것이다.

이들 남미 정상들의 신랄한 설전에는 좌-우 정치세력간 대결적 성격이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좌파 정치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적의 대선 출마를 막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부를 겨냥해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절차를 보장하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상대 후보의 출마를 금지하는 데 법적·정치적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반 길 핀토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당신의 의견은 그게 필요한 곳에나 해라”고 대놓고 반발했다.

라틴 아메리카 정상들이 대놓고 막말로 상대를 비꼬고 공격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화살은 대체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1980년대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제재를 강화하자 피델 카스트로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을 “미치광이”, “얼간이” 등으로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최근 정상들의 외교무대에서 막말이 눈에 띄는 배경에는 일정 부분 소셜미디어의 발전이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틴아메리카 전문가 마이클 쉬프터는 “라틴 아메리카 정상들 중에는 정말로 소셜미디어를 좋아하고 다른 정상들과 다투는 걸 즐기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은 타고나길 전투적이고 대립을 부추기는 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시 돋친 말싸움이 자칫 심각한 외교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베네수엘라는 얼마 전 야당 인사들이 베네수엘라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관으로 피신하자, 아르헨티나 대사관에 물과 전기 공급을 끊었다. 앞서 이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밀레이 대통령은 서로를 “무법자”, “미치광이” 등 거친 말을 주고받은 바 있다.

브에노스 아이레스의 은퇴한 회계사 헥토르 페르난도 코르도바는 “밀레이 대통령이 좀더 초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겪는 아르헨티나를 구해내는 데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이런 말싸움은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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