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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6세대 이동통신
게티이미지뱅크


5세대(5G) 이동통신(이하 파이브지) 망도 아직 부실해 이용자들의 품질 불만이 큰데, 웬 6세대(6G·이하 식스지) 이동통신 타령?

이동통신 3사가 2019년 11월 ‘세계 최초’를 강조하며 파이브지 전파 발사를 시작한 이후 5년 가까이 흘렀지만, 아직도 파이브지 서비스 반경은 ‘지역’에 그치고 있다. 4세대(LTE·롱텀에볼루션·이하 포지) 이동통신 서비스 위에 파이브지 서비스가 ‘계란후라이’ 위 노른자 모양새로 올라앉은 꼴이다. 비싼 파이브지 전용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 파이브지가 아닌 포지 이동통신망으로 연결되고 있다. 파이브지 서비스를 두고 ‘사기’ 내지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가 나서서 파이브지 단말기를 사용하면서도 포지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새로 열기까지 했다.

5G 버리고 6G로 직행?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파이브지 서비스 반경을 넓히고 전파 사각지대를 줄이는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마련인데, 이동통신 3사의 설비투자(케펙스·통신망 고도화 투자)는 파이브지 상용화 시점을 전후해 반짝 늘었다가 이후엔 해마다 쪼그라드는 모습이다. 2022년과 지난해 사이에도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SKT)과 2위 케이티(KT)의 설비투자는 줄었고, 3위 엘지유플러스(LGU+)만 소폭 증가했다. 올해는 이동통신 3사 설비투자가 모두 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전례로 볼 때, 이동통신사들은 새 이동통신 서비스 시작 뒤 5년쯤 지나 마케팅에 활용하기에 약발이 떨어지면 세대 이름 뒤에 ‘어드밴스드’를 붙여왔다. ‘엘티이(LTE) 어드밴스드’가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전파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정부에 주파수 추가 할당을 요구하곤 했다. 하지만 파이브지를 놓고는 이동통신사들은 물론이고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까지도 ‘파이브 어드밴스드’가 아닌 ‘식스지 이동통신’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이동통신 전시회(MWC24·이하 엠더블유시24)에서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식스지 표준화 기술을 연구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목적으로 출범한 ‘에이아이(AI)-랜얼라이언스’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엔비디아·암(Arm)·소프트뱅크·에릭슨·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함께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 연구센터를 두어 차세대 통신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등 식스지 시대를 준비해왔다. 2020년 7월과 2022년 5월에는 각각 식스지 백서와 식스지 주파수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외국 이동통신 서비스·장비 사업자들과 정부도 마찬가지다. 특히 식스지 표준화·상용화와 관련해 ‘미국+동맹국’ 대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엠더블유시24에서 미국·한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체코·핀란드·프랑스·일본·스웨덴·영국 등 10개국 정부는 ‘식스지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국가 안보 보호 능력 촉진, 높은 보안 수준 제공, 개방적이고 투명한 합의에 기반한 의사 결정·기술 개발, 지속가능성·상호운용성·개방성 등 글로벌 표준 기반 구축, 국제 협력 원칙 및 표준 기반의 서로 다른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간 상호운용 허용, 사회적 지속가능성 고려 및 디지털 격차 해소, 안전한 공급망 바탕의 글로벌 시장 경쟁 촉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동통신은 짝수 세대 때만 전국망…홀수는 ‘크림스키밍’

식스지는 최고 전송속도가 초당 1Tbps(테라비트·1천Gbps(기가비트))에 달할 전망이다. 파이브지의 50배, 엘티이의 1000배에 이른다.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사회는 물론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초고도 가상현실(VR), 초실감 메타버스 등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성된 규격은 아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6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2030년 40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 11월20일,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 3사 네트워크담당 대표들이 5세대(5G) 기지국 건설 현장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파이브지는 버려지는 것일까.

지난 40년의 이동통신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는 짝수 세대 때만 전국 망이 구축됐다. 2세대(CDMA·PCS)에 이어 4세대(LTE)에서 전국 망이 구축됐고, 1세대(AMPS)와 3세대(WCDMA) 등 홀수 세대는 온전한 전국 서비스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5세대도 1·3세대 꼴이다. 3세대 이동통신은 2세대에 걸터앉은 모습으로 지나갔고, 5세대는 4세대 위에 ‘크림스키밍’(계란프라이 위 노른자 모습)하는 모습이다. 직전 세대 이동통신 전국 망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홀수 세대에 대한 투자는 ‘정부에 등 떠밀려’ 혹은 ‘주파수 확보 목적’으로 시늉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른바 ‘낀’ 세대 꼴을 못면했다. 이런 모습은 파이브지가 상용화된 지 5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엘티이 망으로 연결되고 있는데도, 이동통신사들은 파이브지 서비스 확장 투자 대신 식스지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다시 확인된다.

화웨이는 왜 홀로 6G 아닌 ‘5.5G’를 앞세울까

그런데 중국과 화웨이는 왜 유독 파이브지 어드밴스드를 외치며 다른 길을 가는 걸까. 화웨이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MWC24)에도 가장 큰 전시관을 꾸려 참가하며 ‘파이브지 어드밴스드’ 내지 ‘5.5G’를 강조했다.

화웨이는 포지 상용화를 앞두고 뒤늦게 이동통신 장비 쪽으로 사업영역을 본격 넓혔다. 하지만 기술 표준화·상용화와 산업 생태계 주도권 등에서 삼성전자·루슨트테크놀로지·에릭슨·노키아 같은 선발 업체에 밀리자 포지로 기술력을 쌓으면서 다음 세대(파이브지) 이동통신에 승부를 걸었다. 디지털 이동통신 개발 당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이동통신 서비스·장비 사업자 대다수가 선택한 시간분할다중접속(TDMA) 방식 대신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하고 상용화를 성공시켜 ‘시디엠에이 종주국’이 된 것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다. 실제로 화웨이는 파이브지를 가장 먼저 상용화시켰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웨이가 파이브지 이동통신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당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당국자 말에서도 드러난다. “파이브지 기술 표준화 흐름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장비 제조사들에게 기술 개발과 표준화 상황 등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화웨이는 기술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들어왔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성스럽게 자료를 준비해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무담당자 한두명이 오고, 그나마도 귀찮게 왜 자꾸 부르냐는 티를 팍팍 내 또다시 부르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미래 이동통신 기술력과 생태계 주도권에서 밀렸다고 생각한 미국이 화웨이 장비에 갖가지 ‘보안’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 내 도입을 제한하고, 동맹국들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판로는 물론 생태계 확대 길도 막혔다. 유럽연합 이동통신사 가운데 일부가 가성비를 들어 화웨이 장비 도입 방침을 고집하기도 했으나 실제 도입 사례는 많지 않다. 화웨이가 시이에스(CES·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등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유럽에서 열리는 엠더블유시에 최대 규모의 전시관을 꾸려 파이브 어드밴스드를 외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 화웨이는 식스지 상용화 전까지를, 파이브지 어드밴스드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지켜나가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파이브지에 견줘 10배 빠른 속도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웨이는 엠더블유시24에서 어드밴스도 파이브지에 대해 “파이브지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거나, 확장현실(XR) 구현 등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크 성능을 고도화한 것”이라며 “올해를 상용화 원년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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