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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개그맨 박명수(53·사진)씨 하면 많은 분이 대표 유행어인 “우쒸”와 ‘호통개그’를 떠올릴 겁니다. 그의 전성기로 꼽히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시절, 다소 냉소적인 말투로 독창적인 개그를 선보이고는 했었죠. 그러면서도 종종 전해졌던 그의 미담으로 인해 소위 말하는 ‘츤데레(쌀쌀맞아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따뜻한 사람)’로 불리곤 했었는데요.

그의 따스한 면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일화가 최근 한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돈 잘 버는 후배에게 밥 사주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 달린 댓글입니다.

댓글 작성자 A씨는 자신을 박명수씨의 치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박명수씨는 2004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연 뒤, 직접 배달을 다닐 만큼 애정을 가지고 운영했었는데요. A씨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면접 또한 박명수씨가 직접 봤다고 합니다.

치킨 가게에서 박명수씨와 마주한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자신이 내성적이고, 외모도 볼품없었다며 “면접을 볼 때마다 매번 떨어졌고, 박명수씨의 말투도 무서워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자신의 강점을 털어놨죠. 바로 ‘성실함’이었습니다.

A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명수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동생의 대학교 학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자신도 대학에 갈 만큼의 여유는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동생을 뒷바라지하려는 거라고요. 수능 점수를 묻는 박명수씨의 말에 “400점 만점 중 338점을 받았다”는 얘기도 했죠.

장시간의 침묵 끝에 박명수씨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일부터 나와. 아니 오늘 시간 돼? 그냥 오늘부터 일해.”

A씨와 박명수씨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어투는 툴툴거리는 듯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는 온정이 넘쳤던 박명수씨와의 인연 말이죠.

A씨가 한 유튜브 영상에 남긴 댓글. 유튜브 캡처


박명수씨는 A씨를 살뜰하게 챙겼다고 합니다. 어느 날은 2만원을 쥐어주며 “너랑 나처럼 못생긴 애들은 깔끔하기라도 해야 돼. 가서 머리 짧게 자르고 와”라고 했고, 연장 근무를 시킨 날에는 꼭 택시비를 주곤 했죠. 택시비를 너무 많이 줘서 거절하면 “내가 사장이야, 주는 대로 받아”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월급을 조금씩 더 주며 “꼭 대학에 가라”고 당부하거나, 설거지하고 있는 A씨의 뒤에 와서 “그렇게 일해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더 열심히 하란 말이야. 심장이 터지도록 일해!”라고 괜한 농담을 던지는 등 박명수씨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A씨를 도왔습니다.

지금 A씨는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고 합니다. 박명수씨의 말대로 대학에 갔고, 졸업도 했고, 취업을 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죠. 그는 박명수씨와 일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어릴 때라 세상도 모르고 제 삶과 진로에 대해 누군가 상담할 사람도 없었던 때다. 그래서 (박명수씨의) 말씀과 도움이 정말 소중하고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박명수씨의 미담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매니저도 박명수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한 적이 있었죠. 일정이 고될 때는 박명수씨가 직접 운전대를 잡기도 하며, 박명수씨의 배려로 고액 연봉을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요.

한 방송에 출연해 박명수씨의 미담을 전하는 매니저. JTBC '잡스' 캡처


지난 2016년에는 박명수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일했던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대학교 학비를 지원해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지인의 수술비 300만원을 대신 내준 사실이 알려진 적도 있었죠.

A씨가 박명수씨의 선행은 전한 댓글에는 160개가 넘는 ‘대댓글(댓글에 달린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A씨와 박명수씨의 사연에 감동을 받는 것은 단지 유명 연예인의 선행 때문은 아닐 겁니다. 가진 것을 나눌 줄 알고, 받은 도움을 기억할 줄 아는 세상. 그렇게 돕고, 때로는 받으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소망하기 떄문이 아닐까요?

A씨는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지금은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을 못 드리지만, 가끔 (박명수씨가) TV에 나오면 아이들에게 아빠 어릴 때 많이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언제나 볼 때마다 그 시절이 생각나 따뜻한 마음이 다시 전해져 행복해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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