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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인턴 임용 대상자 대다수 등록 포기
"레지던트·전임의 부족 연쇄반응 불가피할 것"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3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의과대학 졸업 후 새내기 의사로 첫 발을 들이는 인턴 지원자 약 2900명이 사라졌다. 전일(2일) 저녁 마감된 2024년도 상반기 인턴 임용에서 대상자의 90% 넘는 인원이 등록을 포기한 탓이다. 의료계에서는 최소 6년간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 배출에 공백이 생기면서 현장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병원 인턴 수련 등록 마감일까지 4.3%만 등록을 마쳤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올해 인턴 등록 대상 3068면 중 전날 12시 기준 (등록을 완료한 건) 131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2697명이 인턴 계약을 포기했다”며 “2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올 9월이나 내년 3월부터 수련을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올해 수련병원 인턴 시험 합격자는 3068명이었다. 인턴 계약을 포기한 이들 대부분이 등록 '데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다는 얘기다. 2937명은 수평위에 임용 등록을 하지 않으면서 적어도 올 상반기 수련은 불가능해졌다.

실제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의 경우 정원 166명 중 6명이 기한 내 임용 등록을 마쳤다. 다른 빅5 병원은 물론 전국 수련병원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초 시작된 전공의 집단 이탈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전국 수련병원들은 1년 차 인턴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인턴은 의대 졸업생들이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병원에서 거치는 첫 수련 과정이다. 수련교육이라는 명분 아래 대형병원 인력의 40%가량을 떠받치는 전공의들은 수술 보조, 응급실 운영, 진료 보조, 당직근무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되며 주당 80시간을 채웠다. 전공의들이 떠난지 두 달이 돼 가는 동안 수술 취소, 내원 환자 감소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한 수련병원들은 위기감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설상가상 전공의들을 대신해 수술과 외래 진료, 입원환자 관리와 주야간 당직 등을 도맡아 온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한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전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상경영 전환을 공지하면서 현재 빅5 병원 중 3곳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서울성모병원도 비상경영 체제 돌입과 그에 따른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직 비상경영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수술을 평소대비 절반가량만 소화한 지 두달 가까이 되어가면서 장기적으로 버티긴 힘든 상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인턴 이탈이 결국 레지던트, 전임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부족 현상도 야기할 수 있다. 인턴 임용을 포기한 이들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3월에 병원으로 돌아온다고 가정하더라도 연쇄적인 의사 인력난이 초래될 것이란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내과학회 수련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1년 인턴과정을 마쳐야 레지던트를 지원할 수 있다. 인턴을 못 뽑으면 내년 레지던트 1년차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4~5년간 전문의 수급은 망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문의 따는 의사가 적으면 전임의(펠로)가 없고 전임의가 없으면 대학병원에서 일할 교수요원도 구할 수 없게 된다"며 "전공의와 전임의 수급이 제대로 안 되면 교수들이 다 알아서 해야 하니 대학병원을 떠나는 도미노 현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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