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서 뎅기열이 폭발적으로 늘자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모기퇴치제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다. 극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 발진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지난 주말 아르헨티나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이후 뎅기열 감염자가 18만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12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해 1월~3월까지 뎅기열 감염자는 8300여명이었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에 감염자 수가 10만여명으로 11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아르헨티나에선 뎅기열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퍼졌고, 시민들은 모기퇴치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고 있다. 소셜미디어 엑스(X·전 트위터)에서는 모기퇴치제를 구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 대해 "보건부가 있기는 한가" "하나 구했는데 가격이 4배로 올랐다"며 성토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뎅기열 의심으로 진료를 받고자 하는 시민들로 가득 찬 국립병원 모습도 전했다. 지난 1일에는 아르헨티나의 유명 골프선수 에밀리오 푸마 도밍게스의 아내인 마리아 빅토리아 데라모타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뎅기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올해 아르헨티나의 뎅기열 유행 원인으로는 집중호우와 엘니뇨에 따른 고온 현상으로 뎅기열 감염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이웃 나라인 브라질에서는 루이스 이그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정권이 사상 처음으로 공중보건 시스템을 이용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뎅기열 백신 접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지난 12월 집권한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뎅기열 백신의 효력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차원에서의 뎅기열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지 않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한 배우이자 영향력이 큰 방송인 미르타 레그랑(97)은 지난달 자신의 TV 프로그램에서 뎅기열 백신은 너무 비싸서 정부가 나서서 백신 접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로베르도 데박 감염학자도 "뎅기열 백신을 접종하면 병원에 입원할 확률 95%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