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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급감 후 세 가지 변화>
①'유튜브 드라마' 제작, 일본 등서 '해외 취업' 
②제작비 부담 분산 OTT·방송사 '오월동주'
③'2분 드라마' 플랫폼 론칭
배우 이장우가 '먹방' 유튜버 쯔양과 순대국을 먹고 있다. 이장우는 올해 서울 송파구에 국밥 전문집을 열었다. 쯔양 유튜브 영상 캡처


①배우들은 직접 드라마를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하거나 일본 등 해외로 나가 연기한다. ②경쟁사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방송사의 '불편한 동거'도 잇따른다. ③가성비를 극대화한 '2분 드라마' 전문 유통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투자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확 바뀐 K콘텐츠 현장 풍경들이다. 이 같은 생태계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의 콘텐츠 공급 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수익성이 악화해 드라마 제작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2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OTT와 방송사에서 공개될 드라마는 100여 편이다. 2년 전인 2022년(141편)에 비해 약 30% 준 규모다.

배우 김지석이 그가 직접 기획한 유튜브 드라마 '나는 김지석이다'에서 식당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배우 김지석으로 살아남기' 위해 그는 드라마를 직접 기획했다. 김지석 유튜브 영상 캡처


"지석진씨!"라 불린 김지석이 드라마 만든 이유

"지석진씨! 사인해 주고 가야지."

백반집에 들른 배우 김지석은 유튜브 드라마 '나는 김지석이다'에서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몰라 예능인 지석진으로 착각한 사장에게 붙잡혀 사인을 하고 부리나케 식당을 빠져나온다. 올해 연기 활동 20년 차 배우의 현실이다. 김지석은 이런 '짠내' 나는 일화들을 담아 대본을 쓰고 지난해 드라마로 제작했다. 이미지 관리가 중요한 배우가 왜 그랬을까. "(한동안 제가 할) 작품이 없었거든요." '추노'(2009)와 '동백꽃 필 무렵'(2019) 등으로 입지를 다진 그가 올해 상반기 출연 예정인 드라마는 없다.

이어지는 김지석의 말. "연기에 너무 목이 마르다가 어느 순간 화가 나더라고요. 연기를 안 시켜주면 내 얘기로 내가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이런 각오로 그는 '배우 김지석으로 살아남기'를 주제로 드라마 네 편을 만들었다. 작품 출연 제안이 끊기자 아예 드라마를 기획해 '일자리'를 만든 것이다.

2일 기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일주일 동안 방영하는 미니시리즈는 방송사당 1편뿐이다. TV 편성 드라마가 절반 이하로 확 줄면서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투잡족' 배우들도 부쩍 늘고 있다.

배우 이장우 역시 요즘 카메라 앞에 서기보다 머리에 두건을 두른 뒤 불 앞에서 갈비를 굽고 우동 면 삶는 일을 더 자주 한다. 50% 시청률에 육박한 '하나뿐인 내 편'(2019) 등에 출연해 '주말극의 왕자'로 불린 그는 "너무 찍고 싶은데 요즘 드라마 출연 제안이 나한테까지 안 온다"고 말했다. 식당을 낸 그는 깍두기를 만드느라 하루에 무를 100kg씩 썬다.

일본 드라마 '아이 러브 유' 속 채종협(오른쪽)의 모습. TBS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일본 드라마 '순다방인연' 속 2PM 멤버 황찬성(오른쪽)의 모습. 일본 후지TV-TWO·히카리TV 제공


일본 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 속 하연수의 모습. NHK 제공


배우들의 '해외 취업' 열기도 뜨겁다. 채종협을 비롯해 그룹 2PM 멤버 출신 배우 황찬성과 하연수는 요즘 일본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다. 한국보다 출연료는 낮지만 주연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게 장점이다. 소속 배우의 일본 활동을 지원하는 국내 매니지먼트회사의 한 대표는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 스태프 해외 체류 비용 등 경비 부담이 크고 콘텐츠 영향력도 한국보다 약해서 3, 4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의 작품 활동을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내년엔 드라마 제작 편수가 더 줄어드는 분위기라 출연 제안이 들어오면 (일본 작품 출연을) 적극 검토하고 현지 네트워크에도 신경을 쓴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하이드'에서 나문영(이보영)이 범죄 현장을 보고 놀라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하이드'가 보여준 유통 권력 변화

살아남기 위한 OTT와 방송사의 '낯선 동거'도 시작됐다. 이보영 주연의 드라마 '하이드'는 쿠팡플레이와 JTBC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란히 공개된다. 이 드라마는 쿠팡플레이가 제작했다. 2020년 출시된 쿠팡플레이가 오리지널 드라마를 방송사에 같은 날 공개하기는 처음이다. OTT와 방송사에 모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비 부담이 커지면서 OTT도 독점 공개 대신 TV에 동시 방영권을 팔아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이드' 제작엔 쿠팡플레이뿐 아니라 국내 대형 스튜디오인 SLL과 그 경쟁사 CJ ENM 산하 스튜디오스가 함께 참여했다. IT업계로 치면 네이버와 삼성, LG전자가 '오월동주'(吳越同舟·적이 한 배에 오름)를 한 셈이다. K콘텐츠 제작 현장에 위기의식이 커진 데 따른 제작·유통 방식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회 분량이 2분 남짓인 드라마 '나의 복수 파트너'(왼쪽)에선 극중 장모가 사위의 뺨을 때린다. '세 명이서 결혼 생활 중입니다'에선 여동생과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 탑릴스 영상 캡처


컵라면 조리시간보다 짧은 드라마 출현

한 회 80분을 웃돌던 드라마 분량은 2분 내외로 짧아지고 있다. 2분 남짓의 드라마를 전문으로 유통하는 국내 플랫폼(탑릴스)이 지난달 처음 등장했다. 이곳에서 공개된 '세 명이서 결혼 생활 중입니다'는 남편과 자기 여동생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걸 알게 된 여성의 복수를 다루고, '나의 복수 파트너'에선 장모가 사위에게 "이런 새끼"라고 부르며 뺨을 때린다. 적은 제작비로 재생 시간이 짧은 자극적인 '마라맛 드라마'를 만들고 여러 회차(50~100회)로 쪼개 공개해 수익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콘텐츠 시장에서 자본 회수가 어려워진 데 따른 반작용이다.

드라마 제작 규모가 점점 줄고 자극적 콘텐츠들이 늘어나면 부작용이 시청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와 '무빙' 등 대규모 자본 투입을 토대로 일군 K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고 해외 경쟁력도 놓치면 콘텐츠 소비 환경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플랫폼, 배우 매니지먼트사와 제작 스태프 단체 등이 모여 제작비 상승에 대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이 나서 논의 테이블을 만들고 상생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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