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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 14억 아파트·단독주택, 보유세 ‘6배 격차’


단독주택에 보수적 책정 경향

가액 높을수록 반영률 낮아져

보유세 사실상 ‘역진적 과세’


윤 정부 ‘현실화 로드맵’ 폐기

조세 형평성 확보 동력 ‘위태’


실거래가가 비슷한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올해 보유세가 많게는 6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20%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택 유형별, 가액별로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이 천차만별이고 이에 따라 보유세의 누진적 과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키로 하면서 과세 형평성을 맞추는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2일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2020년과 2024년 서울·경기·부산의 아파트와 단독주택 각각 21곳의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올해 부과될 보유세 추정치(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비교했다.

조사 결과, 실거래가가 비슷할 경우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공시가격이 훨씬 더 낮게 책정됐다. 이 경우 아파트 보유자는 단독주택 보유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경기 과천시 래미안슈르 아파트(전용면적 84㎡)와 부산 부산진구 범진동 단독주택(연면적 297㎡)은 지난해 각각 14억7200만원과 14억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그러나 공시가격은 아파트(8억6200만원)가 단독주택(2억4900만원)보다 3.4배 더 높았다.

기준점이 달라지니 내야 할 세금의 크기도 달라졌다. 아파트 보유자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142만원이지만, 단독주택 보유자의 보유세는 24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가격대인데도 아파트 소유자가 단독주택 소유자보다 6배가량 더 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 단독주택의 실거래가 반영률(16.9%)이 비교 대상 아파트(58.6%)에 비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통상 실거래가의 70% 수준에 맞추면서, 단독주택은 개별성이 강해 정확한 실거래가 파악이 어렵다며 공시가격을 보수적으로 산정해왔다.

특히 단독주택에서는 가액이 높을수록 실거래가 반영률이 낮은 경향이 발견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단독주택(연면적 246㎡)은 지난해 25억원에 실거래됐으나, 올해 공시가격은 11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실거래가 반영률은 43.8%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주택 소유자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200만원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해 7억1000만원에 실거래된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단독주택(연면적 231㎡)의 올해 공시가격은 4억600만원이었다. 실거래가 반영률은 57.0%로, 정부가 발표한 단독주택 현실화율(53.6%)을 웃돌았다. 이 주택 소유자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46만원이었다.

이 주택의 실효세율은 0.07%로 20억원대 서초동 단독주택(0.08%)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만약 서초동 단독주택 실거래가 반영률이 미아동 단독주택과 동일했다면, 서초동 단독주택은 보유세를 80만원가량 더 내야 했다. 비싼 부동산에 더 적은 세금이 매겨지는 역진적 과세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세 반영률은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줄곧 지적된 문제였다. 이는 2019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제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로드맵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주택 가액이나 유형별로 현실화율 제고 속도를 달리해 편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국민 세부담’을 이유로 로드맵 전면 폐기를 선언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격차를 어떻게 좁힐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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