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60대 경비원이 담배를 피우던 10대 학생들에게 폭행당해 의식을 잃는 사고가 지난 1월 발생했다. 폭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에 올렸던 학생들은 지난주 상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상가 경비원들이 건물을 드나드는 불특정 다수의 위협과 폭행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신상 정보를 알기 쉬운 입주민이 주로 왕래하지만, 상가의 경우 노숙안 등 신원 미상의 인원들이 쉽게 출입할 수 있어 근무환경이 더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상가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최대한 노숙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경비원은 “노숙인이 상가에 찾아오면 잘 어르고 달래서 내보낸다. 차갑게 대하면 더 성질을 부리고,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쇼핑상가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경비원은 “지하 1층 식당에서 종종 시비가 붙는다. 그럴 때 인근 반포 지구대에 신고하지만, 경찰이 올 때까지는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인근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상가 경비원은 “이곳은 노숙인뿐 아니라 술에 취한 노인들이 많아 이들의 행패를 막는 게 주된 업무가 될 정도”라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상가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70대 A씨는 지난해 3월 건물을 순찰하던 중 상가 바닥에 앉아 술을 마시던 노숙인에게 실제 폭행을 당했다. 당시 A씨가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밖으로 나가 달라”고 하자 노숙인이 갑자기 A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골절 등의 상해를 입힌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가 등 건물 내부는 노숙인이 주로 찾는 장소다. 2021년 조사를 보면 노숙인들은 거리·광장(37.9%)에 이어 지하공간(18.4%), 건물 내부(12.4%) 순으로 잠자리 장소를 택했다. 노숙인들이 주로 찾는 상가에서 경비원과 노숙인의 갈등이 잦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상가 경비원이 최소한의 보호 장비를 보유하는 등 본인을 방어할 수 있도록 상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인도 합법적으로 가스총 등을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관리업주가 상가 경비원들에게 이런 장비를 제공해 불특정 다수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CCTV 등이 설치돼 있다는 경고문도 적극적으로 붙이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 경비원의 근무 현황에 대한 선제적 실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상가 경비원의 근무 환경은 아파트보다 훨씬 열악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데 전체적인 노동자 수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우선 지자체가 실태부터 파악해야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 »»»»» “안 맞으려면 달랠 수밖에요”…‘동네북’된 상가 경비원 랭크뉴스 2024.04.02
3233 0시 땡치자 1500명 단체로 대마초…독일 합법화 첫날 진풍경 랭크뉴스 2024.04.02
3232 전의교협 홍보위원장, 대통령-전공의 만남 촉구…‘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랭크뉴스 2024.04.02
3231 '年 2조원' 군대 급식, 대기업 손맛 하용한다…삼성웰스토리 첫 주자로 랭크뉴스 2024.04.02
3230 뜨거운 총선 열기…재외선거 투표율 62.8% ‘역대 총선 최고’ 랭크뉴스 2024.04.02
3229 오락가락 대통령 담화에 논평도 안 낸 국힘 “알았으면 말렸다” 랭크뉴스 2024.04.02
3228 年 2조원 군 급식 시장 대기업 허용, 삼성웰스토리 첫 주자로 랭크뉴스 2024.04.02
3227 김준혁 막말 논란에…한동훈 "이대출신 서영교, 왜 가만히 있나" 랭크뉴스 2024.04.02
3226 ‘기이한 소리 공격’… 美 외교관들 괴질, 러 연루 가능성 랭크뉴스 2024.04.02
3225 어닝서프라이즈 기대에 외인 1조 '사자'…"10만전자 보인다" 랭크뉴스 2024.04.02
3224 '존엄한 마지막' 호스피스 전문기관 2배로…대상 질환도 확대 랭크뉴스 2024.04.02
3223 양문석 딸 새마을금고 ‘11억 편법대출’ 의혹, 금감원도 들여다본다 랭크뉴스 2024.04.02
3222 이번에도 "투표는 국민의힘?"‥'초등학교 식단표' 또 소동 랭크뉴스 2024.04.02
3221 [단독] SK온, 엔무브와 합병 후 상장한다[시그널] 랭크뉴스 2024.04.02
3220 “전체 60개 중 10개 병동 폐쇄”… 서울대병원, 결국 ‘비상경영’ 랭크뉴스 2024.04.02
3219 윤 대통령 “전공의들 만나 직접 이야기 듣고 싶어” 랭크뉴스 2024.04.02
3218 정부 “합리적 방안 내면 논의하겠다”…‘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랭크뉴스 2024.04.02
3217 법원, 교수들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 랭크뉴스 2024.04.02
3216 [속보] 대통령실 "윤 대통령, 전공의 직접 만나고 싶어해" 랭크뉴스 2024.04.02
3215 공정위, ‘돼지고기 가격 담합’ 목우촌·도드람 등 6개사 현장 조사 랭크뉴스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