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애연가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피울 수 있게 된 독일에서 시민들이 단체로 모여 흡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일 0시(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3·18광장에선 대마초 합법화를 자축하는 행사가 열렸다. 단체 흡연 행사로 1500여명이 참여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요란한 레게음악과 함께 대마초 타는 연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참가자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대마초를 연신 뿜어대 광장 인근 브란덴부르크문역 지하철 승강장까지 대마초 냄새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마약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라 이날부터 독일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대마초를 최대 25ｇ까지 개인 소비 목적으로 소지할 수 있고, 집에서 3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다. 일종의 공동재배 모임인 '대마초 클럽'에 가입하면 한 달 최대 50ｇ까지 대마초를 구할 수 있다.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애연가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독일에서 정기적으로 대마초를 흡연하는 인구는 400만∼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미 널리 퍼진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올려 암시장 부작용을 없애고 청소년도 보호하자는 게 합법화의 취지다.
다만 새 마약법은 학교 건물과 체육시설 반경 100ｍ 안에서 대마초 흡연을 금지한다. 보행자 전용도로에서도 오후 8시 이전에는 피울 수 없도록 제한한다. 독일 정부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필요하면 법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대마초 판매는 여전히 불법이다. 직접 재배하거나 비영리 단체인 대마초 클럽을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대마초 클럽은 오는 7월 1일부터 정식 운영되는데, 재배시설을 갖추는 등 준비를 거쳐 회원에게 대마초를 공급하려면 몇 달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암시장 거래가 이어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됐더라도 한국 국적자가 독일에서 대마초를 피우면 한국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독일 주재 한국 대사관은 "단 한 번이더라도 각종 검사를 통해 대마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며 "대마 성분이 포함된 담배·음료·케이크 등을 자신도 모르게 흡연·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