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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질의에 사건 76년 만에 입장 밝혀
1948년 5월15일 제주도 주둔 국방경비대 미군 고문관 대위가 경비대 장교들과 작전 계획을 논의하는 모습이다. 미국국립기록관리청 보관 사진

미 국무부가 제주4·3에 대해 “비극적인 사건”으로 “잊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주4·3 당시 한반도 남쪽을 군정 통치(1945년 9월~1948년 8월)했던 미국은 사건의 발발과 확산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지금껏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미 국무부는 최근 한겨레가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이메일 질의에 “1948년의 제주사건은 참혹한 비극(terrible tragedy)이었다. 우리는 엄청난 인명 손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미 국무부는 이 답신에서 “미국은 민주적 가치와 인권 증진에 헌신하는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앞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한국의 결의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제주4·3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이메일에 미 국무부가 지난달 27일 보내온 답신

미국 정부가 제주4·3과 관련해 공식 문서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사건 발생 76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사 연구자들과 제주 지역사회는 4·3 문제 해결과 관련해 남아 있는 과제 중 하나는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지적해왔다.

실제 제주4·3 시기 미군정이나 군사고문단, 주한미국대사관이 작성한 각종 문서는 미국이 4·3 진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가 2003년 10월 펴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4·3사건의 발발과 진압과정에서 미군정과 주한미군사고문단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사건이 미군정 하에서 시작됐으며, 미군 대령이 제주지구 사령관으로 직접 진압작전을 지휘했다”고 나와 있다.

국내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4·3항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한 1988년 무렵부터 미국의 인정과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왔다. 70주년이었던 2018년 10월에는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이 4·3에 대해 미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10만9996명의 서명을 받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하지만 미대사관 쪽은 최근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군정 당국은 4·3 무장봉기 직후인 1948년 4월 중·하순 미군정장관 딘 소장과 주한미군사령관 하지 중장이 진압을 명령하고, 같은 해 5월에는 미 보병 6사단 20연대장 로스웰 브라운 대령을 제주도 최고 사령관으로 파견했다. 브라운 대령은 당시 “나는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라며 한국의 군·경을 지휘했고, 그가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5천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무차별 검거됐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사고문단을 통해 토벌작전을 지원하고,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지속해서 제주도 사태와 관련한 진전 상황을 보고받았다.

1948년 5월 제주도 최고 사령관 브라운 대령이 기자회견에서 “사건 원인엔 흥미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고 언급한 <조선중앙일보>(1948년 6월8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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